▶ 10여년 만에 하이텍 갑부에서 마약 범죄자로
지난달 맨해턴의 뉴욕주 대법원 법정, 피고석에 나온 5명의 조직범죄단 중 제니퍼 설탄(38)은 단연 돋보였다. 브루클린과 퀸즈 등지에서 마약과 총기를 불법판매하다 잡혀온 다른 공범들과는 전혀 달라 보였다.
이들에겐 모두 도주의 우려가 다분하다면서 보석을 반대한 검사가 설탄에 관해 말을 시작하자 법정의 모든 시선은 이 케이스의‘주요 관점’에 쏠렸다 : 그녀는 한때 닷컴 백만장자였던 것이다! 이날 언급된 사실은 대충 이렇다: 그녀와 보이프렌드는 7,000만달러에 매각된 작은 인터넷회사의 공동설립자였다.
그들은 햄턴에 여름별장을 40만달러에 임대했으며 뉴욕 5번가 인근 이스트 17번가에 6,000스케어피트 로프트(천정이 높고 실내가 오픈된 스타일의 콘도)를 사들였다. 그런데 10년이 조금 지난 현재, 설탄은 파산하여 8만5,000달러의 보석금을 내지 못한채 감방에 앉아있다. 처방 진통제와 총기를 불법판매한 혐의다.
그녀의 길지 않은 생은 양극을 오르내렸다. 1990년대 말 하이텍 붐에 편승하여 불과 25세에 엄청난 부를 누렸는가 하면 2000년대 초 하이텍 버블이 터지면서 막대한 부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았으며 그 후 전반적 경기침체 속에서 재기의 불가능을 체감하기도 했다.
그녀의 지나친 야망과 과도한 분방함을 보아온 일부 측근들은 그녀의 추락에 별로 놀라지 않지만 그녀의 가족이나 다른 친구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다. “얼마나 상냥하고 사려 깊은 아이였는데요”라고 어머니 브렌다 설탄은 말한다.
그녀는 뉴저지 웨스트롱 브랜치에서 세탁소 집 삼남매 중 둘째인 외동딸로 자랐다. 교외지역 조용한 막다른 골목의 아담한 주택, 다섯 식구의 평화로움 삶이었다. 제니퍼는 아주 어릴 때부터 당찬 아이였다. 겨우 2세 때 수영장 다이빙 보드 맨 끝에 올라서 “자, 모두 나를 보세요!”라고 소리치며 물속으로 뛰어들어 부모를 기겁케 했으며 고교 때는 축구, 필드하키, 소프트볼, 수영에서 다이빙까지 운동에 두각을 나타낸 만능 스포츠걸이었다.
빠짐없이 일기를 쓰며 아동문학 작가를 꿈꾸었던 여고생 제니퍼는 고교 졸업앨범 자신의 활짝 웃는 사진 아래 이렇게 써넣었다 : “작은 아이처럼 난 인생의 계단을 올라왔다. 난 끝까지 온 것일까, 이제 막 시작한 것일까?…나의 비전이 나를 계속 꿈꾸게 한다. 나는 이제 가야한다. 내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뉴욕대학(NYU)에 진학한 제니퍼는 문학전공이었으나 사진에 흥미를 갖고 록스타 데이빗 보위의 사진을 찍는 등 프리랜서로 일하며 재능을 꽃피워 갔다.
뉴욕 5번가 인근 듀플레스를 렌트해 살던 그녀는 아래층 서브리스 세입자로 들어 온 애덤 코헨을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었다가 결국은 약혼하기에 이르렀다. 제니퍼는 밤늦게까지 나이트클럽에서 즐기는 외향적인 파티걸이었고 애덤은 혼자있기 좋아하는 내성적인 과묵형으로 정반대였지만 그래도 둘은 오래도록 함께 지냈다.
코헨은 스타일웍스 인터액티브라는 회사에서 일했다. 호텔에서 패션쇼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이었다. 코헨과 설탄이 인터넷 상에서 패션쇼를 스트리밍하는 아이디어에 착안한 것은 이 무렵이었다. 당시로선 새로운 컨셉이었다. 설탄은 자신이 사진 촬영을 담당했던 뮤직 이벤트의 라이브 스트리밍의 가능성도 타진했다.
스타일웍스 회사의 소유주 데브라 라챈스는 회사를 분리하여 ‘라이브 온라인’으로 이름 붙였다. 코헨과 설탄을 포함해 사원 20명 남짓의 작은 회사였으나 MTV, 아리스타 레코드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행사를 다루며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신세계에 발판을 굳혀갔다.
닷컴 버블이 정점에 닿기 두달 전인 2000년 1월 라이브 온라인은 디지털 아일랜드라는 회사에 7,000만달러에 매각되었다.
갑자기 떼돈을 번 코헨과 설탄의 흥청망청 과소비가 시작되었다. 그해 여름 두 사람은 햄턴에 방 11개짜리 여름별장을 40만달러에 렌트했다. “돈을 어떻게 써야할 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라고 당시 렌트를 중개했던 부동산 에이전트는 후에 뉴욕옵저버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몇 달 후엔 이스트 17가에 310만달러짜리 로프트를 매입했다. 8층짜리 호화 콘도 빌딩 중 6개 밖에 없는, 한층 전체 로프트 중 하나였다.
“그땐 정말 익사이팅 했었다”고 라이브 온라인 매각 당시를 회상한 설탄은 “그러나 그 흥분은 오래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매각액수는 7,000만달러였으나 현금으로 받은 것은 525만달러였고 나머지는 디지털아일랜드의 주식으로 받았다. 당시 주당 81달러였던 주식가격은 1년 후 영국회사에 팔릴 때는 3달러40센트로 폭락했다. 전체 6,590만달러의 주식가격이 270만달러로 줄어든 것이다. 그나마 받은 주식의 48%는 데브라 라챈스에게 갔고 코헨이 37%를 받았으며 설탄은 5%를 받았다.
그후 두 사람은 글로벌 미디어 서비스라는 회사도 설립했고 설탄이 침술학교를 졸업한 후 동양의술과 테크놀로지를 묶는 통합 의학분야도 추진해보았지만 성공의 여신은 더 이상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기지에서 400만달러를 꺼내 썼고 매달 2만7,000달러의 페이먼트를 해야 했다. 2009년 10월부터는 모기지 페이먼트를 중단한 상태다. 사무실도 임대료를 못내 퇴거당했으며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2010년 6월 그들 로프트에 대한 압류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코헨과 설탄도 파산을 신청했다.
지난 2월 뉴욕시 마약단속반은 크레이그 리스트에서 처방 진통제 판매 광고를 발견하고 함정수사를 시작했다. 판매자는 제니퍼 설탄이었다. 스타벅스에서 183개의 옥시코돈을 4,400달러에 파는 등 그녀는 위장한 형사에게 2월부터 6월까지 5차례나 처방 진통제를 불법으로 판매했으며 다른 한편 .357 매그넘 권총을 850달러에 한 조직 범죄자에게 팔려던 것도 적발되었다.
설탄의 ‘생활비 조달’ 위한 불법판매와 코헨의 관련성 여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이들의 자세한 재정상태 역시 재판이 진행되어야 나올 것이다. 이들의 로프트의 현 시가는 626만달러로 알려졌지만 팔릴 경우 사방의 빚을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니퍼 설탄은 고교 졸업앨범에 이런 말도 남겼다 : “…중간에 추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을 일으켜 세운 후 나의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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