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노나라의 혼란을 피해 산기슭을 지나가고 있었다. 마침 한 여인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발길을 멈추고 살펴보니 길가의 풀숲에 무덤 셋이 보였고, 여인은 그 앞에서 울고 있었다. 공자는 제자인 자로(子路)에게 그 연유를 알아보라고 했다.
자로가 여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 어떤 일로 그리 슬피 우십니까?”
여인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여기는 아주 무서운 곳입니다. 수년 전에 저희 시아버님이 호환(虎患)을 당하시더니 작년에는 남편이, 그리고 이번에는 자식까지 호랑이한테 잡아 먹혔습니다..”
“그러면, 왜 이곳을 떠나지 않으십니까?” “하지만, 여기서 살면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 당하거나 못된 벼슬아치에게 재물을 빼앗기는 일은 없지요.”
이 말을 전해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잘 들 기억해 두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苛政猛於虎]’는 것을….” 예기(禮記)에 나오는 말이다.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 내 한 민간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000여명 중 70% 이상이 이민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개인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적지 않은 한국의 기업들도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제조업의 해외진출은 이미 오래됐다. 기술산업, 서비스 업체도 다투어 해외이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다.
이민도 그렇다. 생계형 이민도 이민이지만 엘리트 그룹의 이민이 러시다.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 한국을 떠나는 게 아니란 이야기다.
한국을 떠나려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녀교육을 위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장래가 불안하므로.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러나 그 보다는 앞서 인용된 공자의 이야기가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지 않을까 싶다.
가혹한 정치가 사람들을 떠나게 한다. 분명 그런 측면이 있다. 여기에 한가지가 더 있는 것 같다. 무관심의 정치다.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在外)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2조 2항이다. 이 법이 김선일씨 죽음 앞에서 무색해졌다.
김선일씨의 죽음. 이는 어찌 보면 무관심의 정치의 극치일 수도 있다. ‘법은 법일 뿐이고, 재외국민은 알아서 살아라’는 식의 발상이 빚은 비극 말이다.
한국 땅이 싫어졌다. 김선일씨 죽음과 관련해 들려 오는 반응이다. 공연한 소리가 아니다.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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