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도 흥이 나지 않는다.
가는 곳을 묻고
자랑을 늘어놓고
신세 타령을 하면서
사투리가 정다워 근친 같아서
먹을 것 마실 것 건네주고
건네받으며 푸짐하게 인정을
나누고 누리던 풍속이 사라졌다.
무덤 속처럼 고요한 기차
각자의 자리에서
바지의 지퍼처럼 입을 닫고
눈을 감고 있거나
핸드폰에 빠져 있거나
창밖을 응시할 뿐
연착도 없이 빠르게 달리는
기차는 이제 추억을 낳지 않는다.
‘기차를 타도’ 이재무
기차는 본래 흥을 돋우기 위해 고안된 물건이 아니다. 모든 탈것이 그렇듯 더 빨리 더 멀리 가기 위해 진화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모든 역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서던 비둘기호는 벌써 사라진 지 오래됐다. 에어컨도 없고, 지정 좌석도 없이 왁자지껄 실려 갔지만 흔들리는 만큼 정이 있었다. 산을 뚫고 강을 건너 거침없이 질주하는 고속철도는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드는 축지법을 선사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목적지에 빨리 도착한다. 그러나 속도는 풍경과 추억을 지워 버린다. [시인 반칠환]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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