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립공원과 내셔널 모뉴먼트들이 다시 붐비고 있다. 지난달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기점으로 전통적인 휴가 시즌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립공원은 모두 63개. 캘리포니아가 9곳으로 가장 많고, 애리조나 8곳, 유타와 콜로라도에 각각 4곳이 있다. 130개가 넘는 내셔널 모뉴먼트도 캘리포니아가 20곳으로 가장 많다. 다음이 애리조나 19곳, 뉴멕시코 13개 순이다. 내셔널 팍과 모뉴먼트는 서부에 밀집돼 있다.
내셔널 모뉴먼트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으나 대통령 네 사람의 얼굴이 새겨진 거대 조각상으로 유명한 마운트 러쉬 모어 등이 대표적인 내셔널 모뉴먼트. 지난 1906년 가장 먼저 지정된 곳은 아이다호의 ‘악마의 거탑(Devils Tower)’이다. 용암이 식으면서 형성된 육각형 기둥의 군집체인 주상절리로는 세계 최대로 알려져 있다. 인근을 흐르는 강을 기준점으로 잡으면 높이가 400미터 가까이 이르는 장대한 돌 기둥이다.
암벽 등산의 명소로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낙하산을 타고 1.5에이커 정도 되는 이 거탑의 꼭대기에 뛰어내린 일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무허가 착륙이었다. 인근 20여 인디언 부족들에게는 신성시되는 이 곳은 매과에 속한 팰컨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방문객이 가장 많았을 때는 연 50만명이 넘었고 지금도 30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 방문객이 뿌리고 가는 돈도 연 4,000만 달러 가까이 된다고 국립공원국 자료는 전한다.
내셔널 모뉴먼트는 미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 못한 자연뿐 아니라 유적지, 역사적으로 보존 가치가 큰 곳, 과학 탐구를 위한 보호구역 등이 모두 대상이다. 예를 들면 연방 정부가 인디언 원주민들을 미국 문화에 적응시키기 위해 운영했던 기숙학교(펜실베니아), 백인 폭도들이 흑인 거주지역을 습격해 갖가지 만행을 저질렀던 곳(일리노이), 2차 대전 당시 유럽 파병을 앞둔 미군의 동계 훈련장(콜로라도) 등도 포함돼 있다.
지금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내셔널 모뉴먼트는 유타의 ‘곰의 귀(Bears Ears)’. 지난 2016년 오바마 대통령이 지정했으나, 그 이듬해 트럼프 1기 때 모뉴먼트 면적의 80%를 줄였다. 다음 대통령인 바이든 때 원상회복됐다. 대통령의 당적에 따라 크기가 왔다 갔다 하는 ‘고무줄 모뉴먼트’인 여기에는 우라늄, 오일, 천연 개스가 매장돼 있다. 민주당 대통령은 보존, 공화당 대통령은 개발에 방점을 찍고 있다. 보존하면 경제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득이 큰 반면, 자원을 뽑아내면 개발업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크다.
2기 트럼프 때 ‘곰의 귀’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곰의 귀’ 지위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첨예한 대립은 자연보호가 아니라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미국 국토의 40%는 공공 부지. 연방, 주, 카운티, 시 등이 주인이다. 연방이 25%로 가장 많다. 연방이 지정하는 국립공원, 내셔널 모뉴먼트 등은 모두 시골, 그것 아니면 외부에서 찾아 갈 일이 없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곳이다. 방문객이 뿌리고 가는 돈이 지역경제의 젖줄 역할을 한다. 국립공원과 모뉴먼트로 4곳이 지정된 유타 남동부를 예로 들면,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연 240만명으로 인근 지역에 떨어뜨리고 가는 돈이 4억달러에 이른다.
‘곰의 귀’처럼 모뉴먼트 유지 여부가 불확실 해서는 방문객 유치에 필요한 투자를 기대할 수 없다. 숙박업소, 식당, 필요한 편의시설이 갖춰져야 관광객도 찾게 된다. 국립공원과 모뉴먼트 지정 등과 관련된 법(Antiquities Act)이 1세기도 더 전에 제정된 후 대통령21명 중18명은 이 법에 따라 공원과 모뉴먼트를 새로 지정하거나, 더 늘렸고, 아주 드물게 규모를 줄였다. 해제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트럼프는 아이젠하워 이후 모뉴먼트의 규모를 줄였던 유일한 대통령이었다.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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