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이 기존 예산안의 방어 대신 조작에 나선 모양새다.
퇴행적이고 인기없는 예산안이 가까스로 하원을 통과한데 이어 하원안에 비해 사회안전망 축소조항을 강화한 상원 예산안까지 상정되자 공화당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법안에 아예 없는 내용을 꾸며내거나 조작하는 홍보전략을 채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명명한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은 유권자들의 외면을 산채 지지율이 이미 수면 아래로 잠긴 상태다. 각종 여론조사는 OBBB에 대한 반대의견이 찬성의견을 두 배이상 웃돌고 있음을 보여준다. OBBB가 과거 여론조사에서 최악의 성적을 냈던 공화당 개별 법안들의 종합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OBBB에는 부유층에 지나치게 유리한 감세 조항이 담겨 있다. 지난 2017년 공화당이 세제개편과 함께 감세를 단행했을 당시 거의 모든 여론조사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OBBB는 또한 메디케이드와 기타 사회안전망 프로그램들을 축소함으로써 오바마의료개혁법을 우회적으로 폐기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과거 입법전쟁에서 상처를 입은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폐기를 위한 그들의 마지막 시도가 유권자들의 분노를 자아내 결국 중간선거 참패의 분수령으로 작용했던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의료서비스와 빈곤층을 위한 안전망 프로그램을 축소해 역진세 성격이 강한 감세의 비용을 조달하는 등 역사적으로 인기없는 조치들을 하나로 결합한 공화당의 예산안이 유권자들의 외면을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권자들의 강한 반발은 데이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 OBBB는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로 빈곤층에서 부유층으로 “부의 이전”을 가져올 단일 법안이 될 것이다. 초당파적 기구인 의회예산처(CBO)는 OBBB가 의회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소득 하위 10%에 속한 가구는 4% 더 가난해지는 반면 소득 스펙트럼의 위쪽 끝에 위치한 부유한 가구는 2.3% 더 부유해질 것으로 추정했다.
(역시 빈곤층에게 불균형하리만큼 큰 손실을 초래할 관세 등) 트럼프 아젠다의 다른 부분들까지 살펴볼 경우 이들이 지니는 퇴행적인 성격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런 수치들은 하원을 통과한 OBBB 버전에 담겨 있다. 지난주 상원은 자체적인 예산법안을 상정했다. 상당수의 온건한 하원 공화당의원들은 상원이 자체적인 예산안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극단적으로 축소하는 등 빈곤층을 벌주는 하원안의 조항들을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조시 홀리(미주리)를 비롯한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메디케이드 삭감이 공화당 유권자들의 밀집지인 농촌 커뮤니티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상원 예산안 초안에는 완화된 조항이 담기지 않았다. 반빈곤 연구단체인 예산 및 정책 우선순위 연구센터의 샤론 패롯 회장은 “상원안에는 하원안에 비해 오히려 강화된 조치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번거로운 메디케이드 “근로의무조항” 적용대상이 10대 자녀를 둔 부모를 포함해 더 많은 미국인들로 확대됐다. 필자가 전에 지적했듯, 메디케이드의 근로의무조항은 문제를 찾아내기 위한 해법에 불과하다. 이미 거의 모든 메디케이드 가입자들이 일을 하고 있거나 (장애, 간호인 신분, 혹은 풀타임 학생 등과 같은) 면제사유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조항으로 인해 서류작업과 기타 관료주의적 장애물이 추가되면서 수 백만명의 미국인이 수혜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
잔인하고 인기없는 공화당의 아이디어는 민주당에겐 물론 정치적 선물이다. 그렇다면 공화당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그들이 제시한 정책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안에 담긴 실제 내용에 대해 거짓말을 하거나 여론을 오도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예들 들어 CBO는 이 법안의 직접적인 결과로 수혜자격을 갖춘 1,100만명의 미국인이 의료보험을 잃게 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다양한 거짓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1. 단 한명도 의료보험을 잃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예산국장 러셀 보트.) 2. 걱정할 필요없다. 열심히 일하는 당신과 같은 미국인이 아니라 자격이 없는 무임승차자들만이 보험을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3. 어차피 우리는 모두 죽는다. (할 말을 잃게 만든 아이오와 출신 조니 에른스트 상원의원의 발언.)
아울러 공화당 정치인들은 열심히 일하는 CBO의 독립적 전문가들의 정직성과 능력을 반복적으로 폄훼해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들이 민주당을 선호하는 편향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CBO는 무당파 기관이다.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CBO의 현 국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고위직을 역임한 인물이다.) 팀 스콧 상원의원 (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또한 CBO가 엉터리 전망을 제시했다고 강력히 비난했지만 그가 인용한 전망치는 CBO가 창설되기 50년 전에 나온 것이었다.)
예산안 홍보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이고 있는 공화당의 캠페인도 유권자들의 입맛에 맞춰 법안에 담긴 내용을 조작한다.
예를 들어 공화당과 한통속인 501(c)(4)의 전국 광고 캠페인은 트럼프의 예산안이 소셜시큐리티 베니핏에 부과되는 세금을 인하할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도 같은 내용의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공화당 예산법안 그 어디에도 이런 조항은 없다. (상원 의회 규정상 지금처럼 공화당 의원들이 근소한 차로 법안을 통과시키려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소셜시큐리티에 손을 대기는 어렵다.)
수 조 달러 상당의 세금 감면을 위해 소셜시큐리티 안전망을 훼손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에 관해 많은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법안에 담기지도 않은 내용을 꾸며낼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진정한 정책 의제를 옹호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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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람펠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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