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선 귀한 손님이 오면 큰 오리를 잡아 푹 끓인 오리탕을 대접한다. 빨간 국물에 들깨를 아낌없이 넣고 걸쭉하게 끓인다. 손님상일 경우 큰 냄비에 끓여 가며 전골처럼 먹지만, 작은 뚝배기에 끓여 평범한 하루의 점심으로도 즐겨 먹는 음식이 오리탕이다. 돼지뼈가 담긴 그릇에 따라 감자탕도 되고 뼈다귀해장국도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내 오리 요리는 광주에서 발원했고, 그중에서도 오리탕은 광주의 ‘국밥’ 격이다.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도 훈제 오리, 오리주물럭, 오리 로스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오리고기를 즐겨 먹지만, 오리탕만큼은 광주·전남 지역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
국내에서 오리를 고기용으로 사육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에 들어서다. 전남 일대에 오리 농가가 밀집해 있었는데, 낯선 고기로 취급되던 오리고기가 잘 팔리지 않아 농장주들이 광주를 포함한 인근 대도시로 영업을 뛰었다. 1970년대 전남 나주의 오리 농가가 광주 북구 유동의 한 식당(현 영미오리탕)의 요리법을 듣고 "이거다!" 싶어 저렴하게 오리고기를 공급했다. 이 가게 오리탕이 점점 입소문을 타자 유동 일대에 오리탕 전문점이 하나둘 늘어 급기야 ‘오리탕 거리’로 발전했다. 이 식당가에서 오리고기 수요를 견인하는 동안 오리 요리는 점차 전국으로 퍼졌다. 빛을 못 보고 사라질 뻔한 오리고기가 광주의 먹자골목 덕에 ‘대세’가 된 것이다.
광주식 오리탕은 타지의 오리백숙과 달리 진하고 빨간 국물이 특징이다. 닭보다 강한 오리의 누린내를 잡기 위해 고춧가루, 된장, 다진마늘을 듬뿍 넣는다. 탕에 넣기 전 오리를 미리 삶아 냄새와 기름기를 한 번 더 잡는다. 넉넉하게 넣는 들깻가루가 오리탕 특유의 걸쭉한 국물을 완성한다. 현지에서는 들깨가 충분히 들어가지 않으면 제대로 된 오리탕으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마지막에 살짝 데친 미나리와 함께 손님상에 낸다.
이 미나리가 언뜻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오리의 육향을 상쇄하는 마지막 비결이다. 오리고기와 미나리를 같이 초장에 찍어 먹는다. 고기 한 점, 들깨 국물 한 술에 세상 든든한 기운이 몸에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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