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 부인“남편 실패할 사람 아니다”
당적 바꾼 前의원“한때 오바마에 눈멀어”
연설자들 옹호조·공격조로 역할 분담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28일(한국시각 29일) 초청 연설자들은 옹호조와 공격조 등으로 역할을 나눠 자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밋 롬니(65)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띄우는 데 주력했다.
주요 연사들의 발언 내용을 미 주요 언론 매체 보도를 토대로 살펴본다.
◇ 롬니 부인 앤 여사= 남편에 대한 `억만장자의 귀족적 사업가’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좀처럼 가시지 않자 `이미지 쇄신 구원투수’로 등장한 앤(63) 여사는 플로리다주(州) 탬파에서 진행된 전대에서 누구보다도 남편을 옹호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그는 "이 사람(롬니)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을 실망시키지도 않을 것이다. 이 사람은 미국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앤 여사는 "롬니의 성공은 누가 갖다준 게 아니다. 그가 (스스로) 일군 것"이라고 말해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는 "남편의 성공담이 정말 공격당하는 것을 보면 놀라울 뿐이다. 그것은 우리나라를 위대하게 만든 가치들이 아닌가? 나는 아들(모두 성인) 5명을 둔 엄마이다. 우리 자녀를 성공을 두려워하는 애들로 키우길 바라는가"라고 반문했다.
앤은 특히 여성 유권자를 겨냥해 "여러분은 미국의 최고요 미국의 희망이다. 여러분 없는 미국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앤 여사는 롬니가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얼음같이 찬 금권(재벌) 정치가’가 아니라 `따뜻한(compassionate) 지도자’로 부각하는 연설을 했다고 의회 전문지 `더힐’은 평가했다.
21분간의 연설이 끝나자 롬니 후보가 깜짝 등장해 부인을 포옹하고 입맞춤한 뒤 손잡고 연단을 내려가자 환호가 터졌다.
애초 롬니는 오는 30일 후보 지명 수락 연설 때 나오게 돼 있었으나 이날 부인의 연설 때 예고 없이 모습을 나타냈다.
갤럽이 2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지난 20~22일, 1천33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포인트)에 따르면 앤 여사는 호감도 42%, 혐오도 25%로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롬니는 호감 48%, 혐오 46%로 호불호가 비슷했다.
갤럽은 앤 여사의 역할이 남편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 크리스티 주지사= ‘공화당의 떠오르는 샛별’ 크리스 크리스티(50) 뉴저지 주지사는 이날 기조연설자로 등단해 `오바마 공격수’ 역을 맡았다.
그는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만 관심 있지만 롬니가 대통령이 되면 사랑(인기)받기보다 국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는 "우리는 무엇이 되는 것보다 무엇을 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면서 "오바마와 민주당은 우리를 `재정 절벽(fiscal cliff)’으로 몰면서도 즐겁게 휘파람을 불 사람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우리(공화)의 아이디어는 미국을 위해 옳지만 그들(민주)의 아이디어는 미국을 망쳤다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겠다"며 "이제 백악관의 지도력 부재를 끝내고 진짜 지도자들을 보낼 때"라고 목청을 돋웠다.
또 크리스티는 "오늘날 우리 지도자들은 `노(No)’라고 해야 할 때 `노’라고 하기보다는 대중에 영합하고 행하기 쉬운 것만 하고 `예(yes)’라고 말하는 것을 더 중시해왔다" "그들은 교원 노조를 믿고, 우리(공화)는 교사들을 믿는다" 등의 발언으로 오바마 정책과의 차별성을 부각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크리스티가 평소처럼 직설적이고 즉흥적인 연설 스타일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자신의 경험과 정치철학을 토대로 롬니와 공화당이 가야 할 로드맵(roadmap)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올해 초만 해도 유력한 공화당의 대통령 경선 후보였던 크리스티의 연설은 롬니 부부와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이 단상 앞 가족석에서 지켜봐 그의 비중을 실감케 했다.
연방검사 출신으로 2009년 주지사에 처음 당선한 그는 지금부터 2016년 혹은 2020년 대선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 데이비스 전 의원= 한때 `앨라배마의 오바마’로까지 불렸던 아터(Artur) 데이비스(44) 전 연방 하원의원(4선)은 오바마 대통령을 물고 늘어졌다.
흑인인 그는 오바마의 건강보험 전면 개혁 등에 반대해 지난 5월 당적을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꾸고 `오바마 저격수’ 대열에 합류했다.
데이비스는 롬니 지지 연설에서 "여러분은 내가 한(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한 것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보니) 내가 (그때)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며 4년 전 민주당 후보로 나선 오바마의 현란함과 화려함에 잠시 눈이 멀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경기 회복 지연과 고실업 등 경제 상황을 사례로 든 뒤 "(오바마가 실현하겠다고 밝힌) 거창한 약속 중 상당수가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오바마를 정조준했다.
그는 오바마가 당파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네거티브(인신공격) 공격에 의존함으로써 자신을 실망시켰다고도 했다.
하버드 대학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인 데이비스는 4년 전 오바마를 대선 후보로 재청(再請)하고 지지 연설을 해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법무장관 후보로도 거명된 오바마의 옛 동지였다.
당내 경선 때 중도 성향의 롬니를 공격한 강경 보수파 릭 샌토럼(54) 전 연방 상원의원은 이번엔 자신이 이탈리아 출신 이민 3세대임을 내세워 이민자의 종속된 삶을 언급하며 오바마의 이민정책을 강하게 비난했다.
◇ 민주당 반응= 오바마의 최측근인 로버트 기브스 전 백악관 대변인은 공화 전대가 분노와 모욕으로 가득 찼다고 혹평했다.
공화 전대장 안에 있었던 기브스는 크리스티 연설 직후 뉴스전문 채널 MS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포함한 연사들이 국민 대부분이 직면한 어려움을 언급하지 않고 분노와 모욕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비판했다.
전대 의장을 겸한 베이너는 대의원들에게 롬니의 사기업 경영 경험 등을 옹호하면서 `오바마를 몰아내자(throw out)’는 자극적인 표현을 썼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이오와 주립대 유세에서 "그들은 나에 관해 뭔가 말하겠지만 우리 시대의 도전 과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공화 전대)은 꽤 재미있는 쇼"라고 촌평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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