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우스갯소리를 잘 하는 친구가 단연 인기다.
우스갯소리는 대개 허황된 소리지만 나름대로 공감하며 웃을 수 있기에 여자들이 대체로 좋아하는 화제다.
지난번 모임에서도 한 친구가 우리세대의 일등남편이 누구일까 라며 포문을 열었다. 무슨 생뚱맞은 말을 하려는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데 설명하기를 우리세대의 일등남편은 전국노래자랑의 사회를 맡은 송해 씨라고 했다.
첫째는 팔십이 넘어서까지 돈을 잘 벌고 둘째는 매주 지방촬영으로 집을 자주비우니 편하고 셋째는 좋다는 팔도강산 보양식을 먹어 건강하고 집에 돌아올 때마다 특산물을 한 아름씩 안고 들어오니 그야말로 일등남편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마침 딸이 집에 들렀기에 농담 삼아 이야기를 옮겼더니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자기는 남편이 출장을 간다던가,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외롭기도 하고 또 매사가 불편하다고 했다. 하기야 결혼한 지 일 년도 채 안된 딸이 수긍할 수 있는 조크가 아닌 듯싶었다. 세월의 때가 겹겹이 쌓여야 이해할 수 있고 어쩌다 밤 외출이라도 할양이면 밥상을 준비하랴 동동걸음을 쳐야하는 우리네나 공감할 수 있는 말이었다.
시대의 흐름과 새로운 사회질서의 추이에 따라 부부관계의 위계도 변했다.
삼종지도(三從之道)를 금과옥조인양 믿고 따르던 구세대부부를 종적관계라 한다면 요즈음 신세대는 남녀평등이 당연시되는 횡적관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사이에 끼어있는 우리 세대는 종적, 횡적관계의 교차로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옛 어른들은 편한 세상 만났다고 우리들을 부러워했으며 나는 또 딸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세월의 변화를 실감한다.
일등남편에 대한 척도도 세월의 연륜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유월의 푸른 나무처럼 싱싱했던 주부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가을단풍잎 같이 붉은 삶의 피로가 쌓여간다. 보아도 또 보고 싶던 남편이었는데 가끔은 밖에서 저녁을 들겠다는 전화에 안도 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으니 세월 탓인가 보다.
열여섯에 시집와 순종을 미덕으로 알며 회혼례를 치르도록 오랜 인고의 삶을 살아오셨던 우리어머니가“내 살을 아껴주는 남편이 최고다.”라던 말씀이 가슴에 젖어드는 요즘이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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