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고치기 힘들고 오랫동안 고질적으로 고착돼 있는 나쁜 성격이 있다. “Living inside a bubble! ”
칠남매 중 다섯째인 나에게는 이상하리 만큼 변하지 않는 좋지 않은 성격이 하나 있다.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보았을 때 나의 주관적인 첫 인상이나 느낌을 나 혼자만의 시야에서 고정시켜 놓고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나와 다른 관점을 전혀 받아 들이거나 이해 하려 하지 않는 이상한 “고집”이 내 안에는 꽉 차있다. 가끔은 나의 이런 일방적인 시야나 닫혀저 있는 성격에 대하여 지적해 주는 내 가족들의 진정어린 충고에도 아랑곳 없이 ‘ 내가 뭐가 문제인데? ’ 반문하며 오랫동안 내 안에서만 갇혀저 있는 잘못된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그럭저럭 내 나이 어느 덧 66세. 결코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적은 나이 또한 아니고 보니 이제야 나를 뒤돌아 볼 줄도 아는 여유도 생겼다. 어제는 우연히 책장을 정리하다 근 10년이 넘게 지니고만 있던 해묶은 노트 하나를 발견 하였다. 반갑기도 하고 10년 전, 날마다 내 일상을 적어 놓은 일기장 같은 것이라 문득 ‘그 시절 내 모습이 어떠 했을까?’ 내 삶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해서 얼른 노트를 펼치려는 순간 책갈피에서 '툭' 사진 한장이 떨어졌다.
“어머나!” 반가움과 동시에 와락 눈물이 났다. 마냥 환한 미소와 따사로운 눈빛, 울 엄마가 거기에서 웃고 계셨다. 그리고 뒷장에 짧은 메모 “고집쟁이 미라하구”.
내가 그랬다. 때로는 엉뚱하고 구제불능 제 늪에서 빠져 나올줄 모르는 ‘자아도취 나르시시스트’ 나. 두 아들을 키우고 어느덧 나도 '시어머니'라는 쉽지 않은 위치에 있게 되었다. 자유분망한 나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엄마' 이상의 조심스러운 자리. 늘 네명의 딸중에 막내딸로 부모님은 물론 세 명의 언니들에게 사랑을 받기만 했던 철부지 막내 딸인 나. 생각 나는대로 말하고 내 느낌대로 행동했던 철없던 지난 날이 새삼 그리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일방적인 생각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내 생각만 가지고 장성한 아들들에게 무심코 던졌던 많은 말들과 나의 일방적으로 설레이는 마음만 가지고 며느리에게 어느정도의 선도 무시하면서 편하다고 좋아한다고 막 대하지는 않았는지 새삼 곱씹어 본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는 세월 앞에서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는 타인과의 타협도 필요하고 나와 다른 이들의 각기 다른 견해도 받아들여서 서로 이해하고 감싸 안으며 나도 너도 서로에게 행복 할수있는 우리로 살고 싶다. 봄 바람에 4월이 흐르고 담장 옆, 샛털같이 새하얀 사과 나무 꽃 향기에 내 닫힌 마음을 훌훌 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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