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한 개인의 정체성과 고유성 등을 나타낼 수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생활하다가 삶의 터전을 옮겨 새로운 생활 속에서 부모는 물론 자녀들에게 마땅한 이름을 갖게 하는 것이 작은 일이 아니다. 이런 걱정은 미국에 이민온 사람들이 겪는 공통점이다. 이름 부르기가 힘든 슬라빅 계통 사람들은 이름의 한부분을 잘라서 부르기 쉽게 하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이름의 뜻을 영어로 표기하기도 한다. 한 예로 독일 이름 Vogel을 영어이름 Bird로 고치기도 한다. 둘다 ‘새’라는 뜻이다. 이런 일이 아시아계 특히 우리 동포들에게는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우리 이민의 역사도 해를 거듭하니 미국화 되는 성씨도 보게 된다. 어떤 사람은 성을 Korea로 고치기도 하고 하원의원 출마했던 ‘서상록’이라는 분은 ‘Koreanman’으로 하려다가 ‘Korman’으로 정했다고 한다. 선거기간 동안 그 이름 때문에 유대계로 오인 받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아버지와 어머니 성을 따서 두 음절로 바꾸기도 한다.
오래 전에 지인한테 들은 이야기다. 어느 동포는 아버지성 ‘차씨’와 어머니성 ‘손씨’를 붙여 알파벳으로 ‘Chason’이라고 쓰며 읽기는 ‘카슨’ 이라고 했단다. 유럽성씨 냄새가 물씬나는 이름이다. 이름에 따르는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 내가 오클랜드에 정착한 1970년도 초에 ‘조셉 슈미츠 클리너스’라는 세탁소가 차이나타운 근처에 있었다. 전형적인 독일계 이름이어서 주인이 독일 사람인가 보다 했는데 정작 가서 보니 이름의 소유주는 키도 왜소한 중국 사람이었다. 이상해서 주위에 물어보니 입국 수속할때 이름을 묻는 이민관리의 말을 몰라 답을 못하고 손으로 그를 가르키니 장난기로 자기의 독일식 이름을 입국서류에 적은 것이 미국에서 평생을 독일 이름으로 살게 된 동기라고 한다. 생활이 안정되며 중국 이름으로 바꿀가 하다가 오히려 독일식 이름이 편하여 그대로 썼다고 한다.
우리 동포들이 귀화할 때 남들처럼 미국식 이름을 정하고도 주위가 쑥스러워 쓰지않는 경우도 많다. 미국식 이름을 붙일 때 자기가 좋아하던 영화배우나 학자의 이름을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너무 부르기도 어려운 유럽 특히 희랍식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이름을 지을 때 그 이름이 주는 애칭과 성을 한꺼번에 부르며 오는 어색함도 생각해야 되겠다. 예를 들어 ‘제임스 김’이라고 부를 때는 괜찮은데 애칭으로 부르면 ‘짐 김’이고 전씨가 ‘존’을 이름으로 했을때 ‘존 전’, 그리고 성이 탁씨가 리차드로 했을때 애칭이 ‘딕 탁’이 되겠다. 이렇게 부르기가 어색하니 이름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될 점이다. 나도 1970년 중반에 귀화하며 ‘로렌스(Lawrence)’라는 이름을 택했다. 아마 그때 내가 배우 로렌스 오리비에를 닮고 싶었고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화 이름이 좋아서 붙인 이름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때까지 학교 기록 등 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고 생각지도 않고 부친 이름의 애칭이 성과 함계 부를때 자연 스럽지도 않아 법원을 거처 옛 이름으로 원상 복귀했다. 로렌스 리 가 ‘래리 리’라고 어렵게 발음을 했어야 했다.
이름은 부르기 쉬워야야겠고 미국에 산다고 꼭 미국 이름을 택할 필요는 없겠다. 한동안 미국의 인권운동 이후 정체성을 찾으려는 일본계 젊은이들은 서양식 이름보다는 일본식 이름을 조금 고쳐서 부르기도 했다. 즉 토시로를 ‘토시’ 라고 불렀고 노보루를 ‘노비’ 등 백인에게 생소한 이름으로 주류 사회에 적극 참여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어 나갔다. 우리 한국식 이름만 고집하지도 말아야겠지만 그래도 우리와 동떨어진 이름보다는 우리 이름을 부르게 쉽게 하는 영어화된 한국이름(anglicized Korean name)을 사용하는 것도 생활의 지혜가 되겠다. 더구나 여러 민족이 섞여사는 사회에 우리 이름 문화를 소개하는 새로운 기회도 되겠다. 어려운 이름도 뜻이 있겠지만 이름은 부르기 쉬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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