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환 ‘여름밤’
썩은, 썩어가는 사과가 젖을 물리고 있다
하루의 시간도 한 해의 시간도 막바지 능선을 타 넘는
야산 언덕에서
썩은, 썩어가는 사과가
아직 푸른 힘줄이 꿈틀거리는 젖가슴을
반쯤 흙속에 파묻고
한마디 사과도 없이 사과가 다 떠난 사과나무에게
사과를 잊은 입, 잎들이 열꽃을 피우는 사과나무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병든, 병들었다고 버림받은 사과가
저를 버린 사과나무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유지소 ‘젖’
잘 여문 사과들이 떠나갔구나, 대처로 떠난 뽀얀 동생들처럼. 못나고 병든 사과가 나무 밑에 떨어졌구나, 고향에 남아 농사짓는 새까만 형처럼. 잘난 사과는 잘난 도시로 가고, 못난 사과가 못난 촌구석에 남아서 썩어가는구나. 썩으면서 다음 세상에 젖을 물리는구나. 봄꽃으로 부활하겠구나. 폭신폭신한 그물망 포장재에 싸여 도시로 간 예쁜 사과들은 어떻게 될까. 붉은 뺨과 하얀 속을 다 내어준 채 이빨자국 선명한 사과갈비는 어디로 가서 눈동자처럼 까만 씨앗을 뉘일 수 있을까. 반칠환<시인>
<
유지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