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일 ‘첼리스트’
칠월은 녹색 혁명 중이다 체 게바라가 즐겨 쓴 모자를 좋아하는 어느 전사와 산을 오른다 칡넝쿨이 산길을 온통 가로막는다 지독한 가뭄에도 더러 살아남은 개망초, 창백한 얼굴로 혁명의 대장정에 겨우 손 흔든다 큰까치수염꽃은 칡넝쿨의 진격에 속수무책 지고 있다 습도 높은 민중의 숲이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모든 것을 바꾸고 뜯어고치는 이 길이 어디 만만한 게 있겠는가
진군의 시작부터 어젯밤 비로 질척거리는 길, 험하기 그지없다 더러는 자진 산화하여 혁명의 군불이 되는 나무들도 있다 더러는 혁명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뿌리째 넘어져 가는 길을 가로막기도 한다 자연적인 고사(apoptosis)를 떠올린다 약육강식, 혁명의 숲에서도 살기 위한 치열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고도가 높아지자 숲이 가벼워지고 숨쉬기가 편해진다 고지가 바로 저기다
고독한 혁명의 뒷모습은 타인의 시선에 의해서만 보인다 살기위해서 죽어야한다 죽어서 사는 숲과 멈출줄 모르는 인간의 욕망들, 수상한 말들이 부패하여 공기 중에 떠돈다 오염된 지상의 날들이 흘러간다 시간을 초월하는 시간의 모래, 그곳에 갈 수 있다면 녹색 혁명은 완성되리라
김완(1957- ) ‘칠월’ 전문
혁명은 존재의 조건인지 모른다. 그것은 인간세상에도 있고 온갖 풀꽃나무 어울려 살아가는 산속에도 있고 별들 빛나는 저 깊은 우주 속에도 있다. 체 게바라 같은 모자를 쓰고 진격을 지휘하는 이는 혁명군 대장이기도 하고 나무대장이기도 하고 별똥별대장이기도 하다. 거칠고 질척거리는, 혹은 어둡고 위험한 전선을 헤매다가 그들 중 몇몇은 산화하듯 죽어가기도 한다. 책략과 계략, 전략과 전술로 고독한 전사의 길. 그것이 삶의 길이며 존재의 길이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 혁명에 성공이란 게 있기나 한 것일까. 혁명은 또 다른 혁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싸움일 뿐 아닌가. 태양이 익어가는 7월 뜨거운 숲에서 읽는 혁명의 내막이 리얼하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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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19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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