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승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 90% 여성이나, 남성 환자 예후 더 나빠
▶ 자외선 받으면 악화, 햇빛 노출 피해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곽승기 교수가 20일 전신 홍반성 루푸스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증상이 다양해‘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전신 홍반성 루푸스. 심할 경우 심장이나 뇌, 폐, 신장 등 몸 안의 주요 장기에 질환이 침범해 사망할 수 있다는 온라인상의 설명은 불안에 불을 지핀다. 그러나 면역질환연구로 지난해 정부 포상을 받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곽승기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진단을 빨리 받을 수 있어서 중증의 루푸스는 줄었어요. 필요 이상의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1960년대 루푸스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0% 안팎에 그쳤으나, 관련 연구가 활성화하면서 조기 진단이 가능해지고 여러 약물(면역억제제) 등이 개발되면서 생존율은 크게 올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심장·폐·콩팥·뇌에 침범해 사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환자 한 명이 그런 모든 증상을 앓지는 않아요. 또 장기 침범으로 이어지는 중증 루푸스로 중환자실을 찾는 환자도 줄었습니다.”
루푸스는 대표적인 만성 자가면역질환으로,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면역체계가 오히려 자기 자신을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루푸스는 라틴어로 늑대라는 뜻이다. 질환의 대표 증상인 피부 발진이 늑대에 물린 자국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가족 중에 루푸스 환자가 있을 경우 자녀의 발병 확률이 높아지는 등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말처럼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코 위쪽을 중심으로 나비 모양의 피부 발진이 일어나거나 손·손목에 관절염을 앓기도 한다. 발생 초기에는 발열과 전신 쇠약감, 우울증, 극심한 피로감, 체중 감소가 나타난다. 50%의 환자에게 신장 기능 저하가 발생하고, 뇌신경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앞서 2017년 유명 가수인 셀레나 고메즈는 루푸스 질환으로 신장 이식을 받았다.
루푸스는 여성에게서 주로 발생(90% 안팎)하며, 10·20대 여성 환자가 많다. 곽 교수는 “젊은 여성에게서 이유 없이 열이 나고 피부 발진, 탈모 증상이 나타나면 루푸스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루푸스로 인한 탈모는 특정 부위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원형탈모가 아니라, 두피 전반에서 탈모 현상이 일어나는 게 특징이다.
“루푸스를 앓는 여성의 임신율은 일반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만성 질환이라 약을 계속 써야 하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한 임신 때 써도 되는 약을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유산하는 비율은 일반 여성의 1.5~2배 정도 높다. 루푸스 질환으로 생긴 혈전(핏덩이)이 태반을 막아 태아로 가는 영양분이 줄어드는 등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서다. 곽 교수는 “임신을 계획하고 있거나, 임신 중인 루푸스 질환 여성은 산부인과와 협업이 잘 되는 병원을 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은 남성도 주의해야 한다. “남성의 발병률이 10% 남짓이라 관련 증상이 있어도 루푸스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남성의 예후가 더 좋지 않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합니다.”
당뇨병·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인 만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약을 먹고 호전돼 환자 자의로 약을 끊었다가 증상이 더 악화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곽 교수는 “피부발진만 앓던 환자가 임의로 약을 복용하지 않다가 단백뇨가 생기는 등 상황이 심각해져서 다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며 “약을 계속 먹는 게 번거롭고 증상도 나아져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증세가 더 나빠지면 이전보다 많은 약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손해가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단백뇨는 소변에 단백질이 과다하게 섞여 나오는 것으로 루푸스가 침범해 신장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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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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