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소진되며 온갖 병 생기고
▶ 식욕억제 호르몬 안 나와 ‘뚱뚱
수면은 생명활동 유지에 필수적이다. 하루 4시간 수면을 평생 실천한 발명왕 에디슨과 마거릿 대처 영국 전 총리는 각각 성격이 괴팍하거나 뇌졸중과 치매로 고통의 말년을 보낸 것으로 잘 알려졌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이들에 대해 “만일 잠을 충분히 잤다면 정신적, 신체적으로 보다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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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은 시간을 잡아먹는 벌레다. 하루 4시간만 자도 충분하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말이다.
평생 하루 3~4시간만 잠 잔 것으로 유명한 에디슨은 수면을 경멸했다. 그런 그는 평소 자주 화를 내고, 조수들을 심하게 닦달했으며, 여덟 살 연하 아내와의 사이도 좋지 못했다. 하루 ‘4시간 수면’을 철저히 실천해 ‘절대 잠들지 않는 총리’라는 별명을 얻었던 영국 마거릿 대처는 뇌졸중과 치매로 고통의 말년을 보냈다.
요즘 잠을 자지 않는, 그래서 잠이 부족한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밤을 대낮 같이 불 밝히는 도심의 휘황찬란한 인공조명 아래 잦은 야근과 회식, 야식, 커피에다 하루 24시간 끼고 사는 스마트폰까지, 현대인은 잠자기를 잊은 ‘신인류’다.
잠의 중요성이 사라진 사회에서 “안녕히 주무셨어요?”란 질문에 “응. 푹 잤어!”라고 답할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러나 전문의들은 잠은 깨어 있는 것만큼이나 삶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 인간은 잠을 통해 삶의 유지에 필요한 정신적, 신체적 과제들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만성적인 수면부족 상태다. 을지병원 소아과 안영민 교수팀이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한국 영유아 1,036명을 포함한 세계 17개국 3만명의 수면시간을 비교한 결과, 한국 영유아는 하루 평균 총 수면시간이 11시간53분으로, 아시아(12시간19분)와 서구 국가(13시간1분) 평균보다 각각 26분, 1시간8분 짧았다. 커서도 잠이 부족하다. 한국 갤럽이 2013년 2~12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만2,959명을 조사한 결과 한국 성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53분이었다.
■하루 4시간 수면 에디슨 성격은 괴팍
회충, 가재, 바퀴벌레와 인간의 공통점은 뭘까. 모두 신경계를 갖고 있고, 잠을 잔다는 것이다. 신경계는 단순한 신경네트웍으로부터 고도의 복잡한 두뇌에 이르기까지 동물만이 가진 특징이다. 왜 동물은 잠을 자야 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동물은 잠을 자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잠을 자지 않으면 인간 두뇌는 장기적인 학습이 불가능하고, 기억과 창조적 사고는 물론 체내 소통능력까지 상실한다. A학생은 시험 전 1주일 동안 하루 3시간만 자고 공부하고, B학생은 매일 7시간 정도 잠자면서 시험공부를 한다고 가정하자. 둘의 학습능력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제한다면 B가 A보다 우수한 성적을 받아들 가능성이 높다. 전문의들도 이 같은 추론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수면의학센터)는 “인간의 뇌는 잠자는 동안 중요한 기억을 공고히 저장한다”면서 “중요한 지식은 해마에서 대뇌피질로 이동해 기존에 숙지한 지식과 결합된다”고 말했다.
이수정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기에 두뇌가 휴식을 취하지 못해 기억 복구가 안 되는 일이 반복되면 두뇌 효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두뇌활동 전반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수면 부족은 비만 지름길
현대인은 의식적으로 수면 욕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수면 부족이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문제로 커지는 순간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잠자기를 포기한 채 TV와 인터넷, 스마트폰에 빠져 산다. 하지만 이들 문명의 도구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기쁨과 만족이 과연 잠이 가져다 줄 이익보다 더 클까. 더구나 이들 기기는 보면 볼수록 ‘역치’가 생겨 중독에 빠지기 쉽다.
잠자는 시간에 우리 몸은 ‘정지상태’가 아니다. 잠자는 동안에 생체시계들은 서로 소통하면서 헝클어진 균형을 맞춘다. 전문의들은 “시간을 거스르는 습관으로 잠을 자지 않으면 만성 수면부족으로 두뇌 능력이 감퇴될 뿐 아니라 에너지가 소진돼 장기적으로 질병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이수정 교수는 “우리 몸은 잠을 잘 때 수동적이지 않고 아주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면서 “특히 두뇌는 깨어 있을 때 받아들인 경험을 재정리하고 복구하기 위해 활발하게 작동한다”고 말했다.
잠을 자는 동안 대부분의 신체 에너지는 두뇌 속으로 흘러간다. ‘생각기관’은 수면 중에도 쉼 없이 스스로를 새롭게 만들고 있어서다. 낮 시간에 기억된 내용 중 중요한 것은 굳히고, 필요 없는 데이터는 날려버린다. 꿀잠을 자면 몸이 편하고 기분이 상쾌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뇌는 두려움 기쁨 행복감 고통 등 중요한 경험은 대뇌피질에 확고하게 고정시키지만, 불필요한 기억은 제거한다.
비만도 수면과 관계가 깊다. 만성적으로 수면부족에 노출되면 비만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잠이 부족하면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숙면을 취하면 왜 날씬해질까. 숙면을 하면 깨어 있는 사람과 비슷한 정도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잠 잘 때는 당연히 음식을 먹지도 물을 마시지도 않는다. 그래서 잠을 오랫동안 깊게 자면 비만과 멀어지는 것이다. 새벽까지 TV와 인터넷을 보면서 야식을 먹고, 3~4시간 동안 쪽잠을 자면서 날씬해지길 원할 수 없다.
숙면은 젊음을 유지하는 데도 좋다. 잠자는 시간 동안 혈관계 면역계 피부 간 근육 등 몸의 각종 장기와 조직들에서는 새로운 세포가 생겨나는 반면 노화된 세포는 제거된다. 숙면은 ‘안티에이징’(anti-aging)의 지름길이다. 그래서 전문의들은 개인 차가 있지만 성인의 경우 적어도 6시간 이상 잠을 자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수면의학회도 성인의 경우 하루 7시간 이상 잠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6시간 이상 숙면 필요
성인의 경우 최소 6시간 이상 잠을 자야 한다고 전문의들이 권고하는 또 다른 이유는 수면 사이클 때문이다. 인간은 수면 때 ‘비렘수면’과 ‘렘’(REM) 수면단계를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비렘수면과 렘수면은 보통 90분 주기다. 하룻밤 푹 자기 위해서는 이 사이클이 4~6회 필요하다. 적어도 6시간 이상 잠을 자야 하는 이유다. 아기는 성인과 달리 90분이 아니라 4시간 주기를 갖고 있다. 그래서 아기는 3~4시간마다 깨 젖을 달라고 보챈다.
렘수면을 우리말로 하면 ‘급속 안구운동 수면’이다. 눈을 많이 움직이면서 자는 잠이라는 뜻이다. 렘수면 단계에서 근육은 이완되지만 안구는 경직되지 않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유진 교수는 “렘수면 단계에서는 뇌파가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하다”면서 “몸은 자고 있지만 뇌는 깨어 있어 생생하고 구체적인 꿈을 꾼다”고 말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얕은 수면이 많아지고 깨어나는 단계는 더 오래 지속된다. 노인들 가운데 밤잠을 잘 못 자거나, 과거에 비해 잠에서 자주 깬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깨어나는 시간이 길어져서 아침에도 그 상태를 기억할 뿐이다. 전문의들은 “노인들은 낮에 햇빛을 받으며 활동하는 등 생체리듬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숙면을 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면부족은 인간을 늙고, 병들고, 멍청하고, 뚱뚱하게 만드는 주범인 셈이다. 이유진 교수는 “정상적으로 잠을 자지 못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상승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면서 “불면증 환자들은 자는 동안에도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상승해 심혈관계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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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자는 10ㆍ20대 “당뇨ㆍ고혈압 세상 될 것”
수면부족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ㆍ국가적 손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경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지금의 20~30대가 중년이 되는 20년 후에는 수면부족으로 인해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가 지금보다 급증할 것”이라면서 “잠의 가치가 사라진 대한민국에서 건강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수면 부족을 ‘공중보건 전염병’이라고 분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충분한 수면은 화를 참지 못하는 ‘분노조절 장애’를 치유하는 데도 필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아무리 분노가 치밀어 올라도 충분히 수면을 취하면 ‘내가 그렇게 화를 낼 일인가’라는 반문이 생기면서 감정이 조절된다”고 말한다.
이유진 교수는 “수면은 분노, 불안 등 감정을 덮고 있는 이불을 제거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공포나 불안, 분노 같은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이수정 교수는 “수면박탈을 당하면 인지능력, 주의력, 기분 등에 악영향을 초래한다”면서 “증세가 심해지면 환각증상과 함께 혼동이 일어나 타인은 물론 자신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잠을 자다가 여러 번 깨고, 아침에 원하는 시간보다 일찍 눈이 뜨이고, 일상생활에서 원하지 않을 때 잠에 빠질 경우 불면증”이라면서 “적정 수면시간보다 실제 수면시간이 부족할 경우 수면부족이나 수면장애에 이를 수 있어 평소 규칙적으로 수면시간을 관리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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