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장실 사용 증명서 제출’ 법으로 정한 “인도”
▶ 인구의 절반이 들판에서 ‘볼일’ 해결

미국을 국빈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모디 총리는 2019년까지 전국에 1억 1,000만 개의 화장실을 설치하기로 공약하는 등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인도 지방선거에 입후보로 나서려면 한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학력이나 이력이 아니다.
집에 제대로 작동하는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치인으로 입신하고픈 사람들에게 새로이 주어진 자격조건이다.
지난주 인도 서부 마하라시트 주는 시와 읍 단위 선거에 출마하려는 예비후보들에게 ‘화장실 사용’ 증명을 요구하는 선거법 시행령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인도 전역에서 화장실을 지방자치단체 입후보자가 갖춰야할 필수 조건으로 못 박은 주는 5개 주로 늘어났다.
지난 2년 사이에 연이어 유사한 법을 제정한 이들 5개 주의 총 주민 수는 인도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억 명을 헤아린다.
자선단체인 워터에이드에 따르면 인도 인구의 약 40%는 일을 볼 때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다. 농촌지역으로 내려가면 그 비율은 50% 이상으로 늘어난다.
대다수의 농촌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들판에서 용변을 본다. 바깥에서 시원하게 일을 보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통설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다. 야외용변은 만성 설사와 어린이 왜소생장을 일으키는 여러 질병과 연관이 있다.
조금 외진 곳에서 일을 보려던 동네 처자들이 강간을 당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야외용변을 끝내는데 초점을 맞춘 ‘깨끗한 인도“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2019년까지 전국에 1억 1,000만 개의 화장실을 설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방자치단체 선거 입후보자들에게 화장실 사용을 의무화한 법을 새로 제정한 5개 주 가운데 4개 주는 모디가 이끄는 인도 인민당이 주의회를 장악하고 있다.
마하라시트라 주지사이자 모디 총리의 정치적 동지인 데벤드라 파드나비스는 “이제는 모든 가정집에 화장실과 같은 기본적 편의시설 정도는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깨끗한 인도 캠페인에 적극 호응에 주 전역의 촌락과 시를 청결하고 오물 없는 곳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가을 파드나비스가 처음 제안한 법안의 초안은 로컬 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에게 집에 제대로 작동하는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이 의무조항은 야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집에 화장실이 없는 가난한 후보와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농촌지역 후보들이 출마자격을 상실하게 된다는 지적이었다.
인구기준으로 마하라시트라 주 제 2의 도시인 뭄바이의 경우 제 1 야당인 시브 세나에 속한 시정부 공직자의 3분의 1이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빈민촌에 거주한다.
마하라시트라 주정부는 결국 야당과 절충을 시도한 끝에 “제 기능을 하는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는 증명서를 제출한 후보에게는 출마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공동화장실을 이용하는 후보에게도 출마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그러나 무소속 주의원인 카필 파틸은 “인도의 성인은 아무런 조건 없이 공직에 출마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난주 제정된 화장실법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비난했다.
파틸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보신청을 하기에 앞서 이런 증서를 제출하는 것은 모욕적인 일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어디서 일을 볼지는 그 누구도 참견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며 “주민 모두에게 화장실을 공급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며 화장실 부족사태의 책임을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묻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위생상태 개선 노력을 지지하는 일부 정치인들 역시 화장실 법이 도농간의 위화감을 조장한다고 거들었다. 워터에이드의 자료에 따르면 도지 거주자들의 약 80%는 화장실 접근이 가능하다.
마하라시트라의 야당 소속 주의원인 키란 파와스카르는 “선거입후보자의 화장실 사용 증명을 요구하는 법은 부자와 빈자의 양극화 현상을 초래한다”며 “의도는 좋지만 나쁜 법”이라고 깎아내렸다.
타 주에서 이 법안의 반대론자들은 엇갈린 결과를 끌어냈다.
지난 2월 인도 북부에 위치한 비하르 주는 유사법안을 철회했다. 비하루 주는 모디의 정치적 우군이 장악한 주가 아니다. 법안 철회 이유는 “약속한 만큼의 화장실을 짓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지난 6월 서부에 위치한 쿠자라트 주는 “공직자들은 시민들의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화장실법에 제동을 걸려는 야당의 공세를 찍어 눌렀다.
워터에이드 인디아의 니트야 제이콥 정책책임자는 “주 정부에게는 독자적 규정을 제정할 융통성이 주어진다”며 “그러나 중앙정부의 야심찬 위생 캠페인을 시행하는데 좀 더 열의를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5개 주가 제정한 법은 대단히 상징적으로 가정마다 개별 화장실을 갖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제이콥을 비롯한 지지론자들은 인도가 화장실을 세우는데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깨끗한 화장실이 많이 세워지긴 했으나 가뭄이 들었거나 배수로 시설을 갖추지 못해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일부지역에서는 지방 관리들이 주민들을 상대로 적절한 화장실 사용 교육과 계몽 캠페인을 게을리 해 이용률이 지극히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화적 장벽 역시 상당히 높다.
최근 백서에서 아누라그 바네르지, 니란잔 바니크와 아시비카 달미아 등 3인의 연구원은 인구통계 자료를 인용, 21개 기초소비재 가운데 인도 가정의 선호순위를 매긴 결과 화장실이 12위에 랭크됐다고 밝혔다.
이는 인도의 빈민가정이 화장실보다 TV와 압력밥솥, 모터사이클 등 11개 소비재를 먼저 갖기 원한다는 사실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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