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언론 익명제보 무려 1,100만건
▶ 법률회사‘모색 폰세카’핵심역할

시구문두르 군라우그손 총리의 역외탈세 의혹이 불거진 아이슬란드에서 4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로 일컬어지는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를 통해 각국 전·현직 정상과 유명인사 등의 역외탈세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어떤 내용 담겼나
러시아의 국영은행 방크 로씨야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로 인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파나마의 법률 회사를 통해 돈세탁과 역외 조세도피처로 돈을 빼돌린 정황이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리비아의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등 무려 72명의 전·현직 국가 최고지도자들이 해외로 돈을 빼돌리는데 파마나에 있는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점도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살만 사우디 국왕도 이 회사를 통해 탈세를 저지른 정황도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이 익명의 취재원으로부터 모색 폰세카의 자료 1,100만건을 입수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2.6테라바이트 규모로, 2010년 위키리크스의 미 국무부 문건 폭로, 2014년 ICIJ의 조세회피 문건 폭로 때의 규모보다 훨씬 크다.
문건에는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가족 및 측근들과 관련된 역외 비밀 페이퍼 컴퍼니에 관한 내용부터 러시아의 방크로씨야가 사실상 운용하고,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이 간여된 수십억달러 규모의 돈세탁 조직 등에 관한 자료가 상세하게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푸틴의 어린시절부터 친구이자 딸 마리아의 대부인 첼리스트 세르게이 롤두긴 등 측근 2명이 조세회피처에 회사를 세워 돈세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아이슬란드의 시구문두르 군라우그손 총리도 역외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수백만달러를 비밀리에 자국 은행에 투자한 정황도 밝혀졌다.
모색 폰세카 측은 지난 40여년 동안 법률회사로서 법을 어긴 적이 없으며, 국제적 프로토콜에 따라 업무를 진행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탈세, 돈세탁, 테러자금 등 기타 불법적 목적의 업무를 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각국 세무조사 나서
이처럼 각국 전·현직 정상과 유명인사 등의 역외탈세 의혹이 불거지자 전 세계가 세무조사 등 후속조치에 속속 나서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호주 등이 관련자에 대한 세무조사 방침을 밝혔고, 현직 총리가 연루된 아이슬란드에서는 총리에 대한 사임 요구가 커지면서 불신임 투표를 시행하기로 했다.
4일 AFP 통신과 르몽드 등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파나마 페이퍼스' 정보를 토대로 탈세여부를 수사해 사법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국세청(HMRC)도 '파나마 페이퍼스' 폭로 자료를 전달받아 자금세탁이나 조세회피 등 관련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영국 ITV와 스카이뉴스 등이 보도했다.
호주 국세청(ATO)도 이날 성명을 통해 폭로내용의 기초자료가 나온 모색 폰세카와 연관된 자국민 부유층 인사 800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이들의 탈세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파나마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이번 폭로와 관련해 불거지는 사법적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적 후폭풍
아이슬란드와 우크라이나 등 현직 총리와 대통령이 조세회피 의혹에 휩싸인 국가에서는 심각한 정치적 후폭풍이 불고 있다.
아이슬란드 야권에서는 총리 사퇴를 압박하는 한편 오는 11일 내각 불신임 투표를 진행하고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이번 폭로로 탈세의혹에 휩싸인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에 대해 탄핵요구가 일부 야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데이빗 캐머런 영국 총리는 주식 중개인인 부친이 역외탈세자 명단에 든 데 대해 총리실 대변인을 통해 "개인적인 문제"라며 언급을 피했다.
반면 측근을 통해 2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비밀리에 거래한 것으로 지목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은 이번 폭로가 오는 9월 총선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서방의 음모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는 이날 브리핑에서 ICIJ를 겨냥해 "기자이지만 언론보도에 종사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 미국 국무부나 중앙정보국(CIA) 출신 기자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런 허위정보의 주요 표적은 우리 대통령으로 다가오는 총선과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과 관련이 있다"면서 "외국의 '푸틴 공포증'의 수준이 이 지경에 달했다"고 성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구문두르 군라우그손 총리 아이슬란드 총리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데이빗 캐머런 영국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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