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갑헌 (맨체스터 대학 철학교수)
한국의 총선거가 큰 문제없이 치러졌다. 성숙한 민주주의로 성장하는 어려운 과정의 또 한 고비를 넘어선 것이다. 선거를 전후해 난무하던 부끄러운 잡음들을 이제는 깨끗이 정리 하고, 눈앞에 쌓인 국가의 어려운 일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여야 모두 힘을 합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60%가 넘는 당선자들이 초선이라니 아직도 아마추어 민주주의에 아마추어 국회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비전과 경륜을 가진 지도자를 그리워하는 국민들의 소원이 이루어 질 그 날은 아직도 요원한 듯하다. 그러나 원래 민주주의의 이상이 신선한 아마추어에 의한 합의 정치인 것을 생각한다면 꼭 부정적으로 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이다.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들이 먼저 알아야 할 것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이만큼 높아진 것이 정치인들의 노고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인들이 맨발로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값싼 한국의 상품을 팔기 위해 목숨을 걸던 시절에 한국의 정치인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 살펴야 할 것 이다.
수많은 태권도 사범들이 맨 손, 빈 가방 하나를 들고 정든 고향과 가족을 떠나 사고무친 외국의 낯선 거리에서 태권도를 시범하고, 말도 통하지 않는 수련생들에게 태극기에 경례하는 법을 가르칠 때, 정치인들은 누구에게 무엇을 시범하고 가르쳤는지 정직하게 자문해야 할 것 이다. 그 좋은 사람 정치에 들어서더니 ‘잡놈’ 됐다는 소리가 새로 선출된 선량들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는 빈 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쓸데없이 낡은 이념의 노예가 되어 국론이나 분열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로 아까운 세월 허송하는 국회는 없는 것 만 못하다.
한국의 특별한 지정학적 위치는 항상 지도자들의 뛰어난 지혜와 용기를 요구한다. 먼 앞을 바라보는 지혜와 당리당략을 넘어서는 용기로 산적한 문제들을 유연하게 풀어 나가기를 바란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정직하게 돌아보고 과연 누가 우리의 진정한 우방인지를 슬기롭게 가려야 할 것 이다. 성주풀이가 왜 생겨났으며, 청나라에 잡혀가던 대원군의 눈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한 번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6명의 수상이 지나간 일본은 더 이상 미국 태평양 전략의 축이 될 수 없다. 이제는 한국이 일본을 대신해 그 축이 되어야 할 것 이다. 지금이 바로 그 절호의 기회인 것을 알아야 한다. 한미 동맹의 축은 좋고 싫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열강 속에서 살아남고 동시에 한국이 국제적인 지도자로 떠오를 수 있는 유일한 발판이기 때문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가 한국이 잘 되고 부강하기를 바란다고 생각하는가?
처자식 모두 미국에 보내놓고 반미에 목청을 높이는 위선을 이제는 버릴 때가 되었다. 역사를 조심스럽게 돌아보면 앞으로 갈 길이 보인다고 한다. 선택된 지도자의 안목으로 역사의 큰 흐름을 살펴보자. 한미 FTA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미숙함을 넘어서서, 이제는 역사 공부도 좀 하고 민주적으로 합의하는 정치 예술도 도(道)를 닦듯이 조심스럽게 닦아봄이 좋을 것이다. 말이 선량(善良_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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