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송년특집-한인사회 세밑 풍경 현장 르포
▶ <2> 독거 노인들의 쓸쓸한 연말
뉴욕한인봉사센터(KCS) 무료 가정급식배달 자원봉사자가 한 독거노인에 급식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연말 계획은 무슨… 올해도 빈방 지키는 일 밖에는 뭐가 있겠어… ”
8일 퀸즈 코로나에 있는 뉴욕한인봉사센터(KCS) 경로회관에서 만난 이성호(72·가명) 할아버지는 연말 플랜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홀 애비에게 연말이 무슨 대수야… 일 없어”라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어느새 6년째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이 할아버지는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홀로 새해를 맞아야 할 판이다. 자식들 모두 분가시키고 성격 차이로 부인을 타주에 있는 큰 아들 집으로 떠나 보낸 후 이 할아버지의 하루는 마치 다람쥐 쳇 바퀴 도는 단조로운 일상이 돼 버렸다. 오전 7시께 아파트 인근에 있는 노인센터에 들러 아침식사를 하고 정오쯤 돼서 KCS 코로나 경로회관으로 이동해 점심을 한후 친구들과 장기 등을 두며 시간을 보내는 일의 연속이다. 뉴저지에도 자녀가 살고 있긴 하지만 일이 바빠 일 년에 한번 얼굴 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올해는 한국의 고향에 다녀올 계획이었지만 그마저도 여유롭지 못한 주머니 사정으로 또 다시 내년으로 미루고 말았다.
“하루종일 밖에 있다가 저녁 늦게 귀가해 아무도 없는 불이 꺼진 방을 들어갈 때 가장 외로움을 느낀다”는 할아버지는 “이 생활도 오래되다보니 외로움에도 내성이 생기는지 이제는 괜찮다우”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브루클린에 거주하는 박지훈(84) 할아버지도 홀로 지낸지 올해로 5년째가 다 되간다. 지난 2006년 위암으로 할머니와 사별한 후부터 혼자 살고 있는 두 칸짜리 아파트가 박 할아버지에겐 축구 운동장 만큼이나 커 보이기만 하다.
슬하에 둔 2남2녀의 자녀 모두 뉴욕 근교에 살고 있지만 역시 일들이 워낙 눈코 뜰새 없이 바빠 생각처럼 얼굴 보기가 쉽지않다. 박 할아버지는 “곁에 있을 땐 몰랐는데 요즘들어 연말같은 절기가 되면 먼저 간 안 사람이 자꾸 생각 난다”면서 “해가 바뀌기 전에 롱아일랜드에 있는 부인 산소나 다녀올 생각”이라며 물끄러미 하늘로 시선을 향했다. 한 겨울 초입 부쩍 썰렁한 기운이 도는 요즘 가족도 없이 홀로 지내야 하는 한인 독거노인들에겐 더욱 쓸쓸한 연말이 되고 있다. 장성한 자녀들이 바쁜 이민생활에 치여 시간내기가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올해도 홀로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외로움이 더욱 사무치는 모습이다.<서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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