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3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한국농민연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원들이 한미FTA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미국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CATO Institute)의 더그 밴도우 선임연구원(사진)은 5일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공동방어조약’(Mutual Defense Treaty)을 미국의 한국에 대한 ‘짝사랑’(one-way relationship)으로 표현하고 주한미군의 신속하고 완전한 철수를 촉구했다.
그는 ‘왜 한국은 미국을 방어하지 않나?’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국은 수십년전에 국방을 워싱턴에 의존하는 국가가 됐다”며 “미국의 세계 다른 국가들과의 동맹과 마찬가지로 서울과의 ‘공동’ 방어조약은 미국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최근 경제 발전을 놓고 볼 때 미국인들은 ‘인구가 조밀하고 부유한 이 친구가 언제 미국을 방어하기 시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독재정권 아래 가난했던 과거의 한국은 다른 나라는 물론 자국마저도 보호할 수 없었으나 이제 선진국가 대열에 들어선 한국이 미국 국방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국 국방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미국의 일방적인 (한국)국방보장이라며 워싱턴 정치인들이 한국의 국방비용 부담을 미국 세납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한 국방비용 지출을 크게 절약할 수 있는 한국이 왜 자국 세납자들에게 부담을 안겨주겠느냐고 반문했다.그는 또 국방 차원에서 워싱턴이 한국에 대한 안보 약속을 계속 유지할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
며 “냉전은 종결됐다, 한국은 북한보다 훨씬 더 강하다, 그리고 중국 또는 러시아도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전쟁에 평양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서는 미군의 한국 주둔이 북한의 핵 야심을 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평양이 표적 삼을 수 있는 (미군) 2만8,500명을 핵 인질로 만들고 있다며 “실제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바로 주한미군 철수의 설득력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그는 더 나가서 “한국으로서는 (한국 국방에) 미국이 계속 관여하는 것 보다는 자체적으로 핵 억제력을 갖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며 “핵 무기 보유 한국(과 일본)이라는 가망성은 중국의 주목을 끌어 북한의 핵 활동에 대해 베이징이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게끔 조장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그는 결과적으로 “워싱턴은 남한에서 신속하고 완벽한 (주한미군) 철수를 단행해야한다”며 이명박 정부가 최근 미국으로부터 최첨단 무기인 ‘공중조기경보기’(AWACS) 한 대를 처음으로 넘겨받은 것과 한국에서 3대를 추가로 조립키로 한 사례를 상기시키고 “워싱턴은 서울이 원하는 이외의 모든 재래식 무기를 (한국에) 판매해야한다”고 결론지었다.
밴도우 선임연구원은 1989년 5월 ‘로스엔젤리스타임스’에 기고한 ‘강력한 한국은이제 스스로 설 수 있다:주한미군을 철수하자’라는 글에서 한국은 이제 경제적 자립을 이룩했고 또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환경의 변화로 주한미군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으며 지난 5월 역시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존 존슨 미 8군사령관이 당시 주한미군 2만8,500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왜 미국 군인이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전투를 준비하고 있느냐”고 주한미군 유지 정책을 질타한 바 있다.
한편 밴도우 선임연구원이 불과 7개월만에 ‘포브스’에 거의 유사한 내용의 기고문을 다시 제출한 것은 최근 한·미 FTA 문제를 놓고 한국에서 다시 고개를 들은 반미감정에 대한 미국 보수계 일각의 반응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기자의 눈/ ‘대한아나키국’(Korean Anarchy)
‘메리암-웹스터 사전’(Merriam-Webster Dictionary)을 보면 ‘아나키‘(Anarchy)라는 단어의 뜻을 무정부, 무정부 상태, (사회적·정치적인) 무질서 상태; 무정부론으로 정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서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이 시위대에 의해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한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교보문고와 KT건물 사이 차도에 설치된 폴리스라인 근처에 있던 박 서장이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등 야권 인사들이 발언을 하고 있던 이순신장군 동상 근처로 이동하던 중 발생 했다.정복 차림의 경찰 서장이 현장에 있는 국회의원을 만나 불법 집회 중단을 촉구하려고 가던 중 일부 시위대에 둘러싸여 머리, 어깨, 얼굴 등을 두들겨 맞고 광화문 사거리를 가로질러 도망쳐야만 했다는 것.
경찰 정모는 잃어버렸고 왼쪽 어깨 견장은 떨어져 나갔다. 쓰고 있던 안경은 날라 갔고 얼굴은 타박상을 입어 부어올랐다. 그리고 불법 집회는 계속됐다.
같은 달 29일 법원은 박 서장 폭행 혐의로 붙잡힌 50대 용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시켰다.“피의자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에서 요구하는 폭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쉽게 말해 박 서장이 시위 현장에서 민권을 보호하다 폭행을 당했다고 하는데 이를 믿을 수가
없어 억울하게 구속될 수 있는 폭행 용의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판결이다.
지난 5일 민주당은 박 서장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조현오 경찰청장, 이강덕 서울지방경찰청장과 박 서장을 상대로 한 고발장에서 “박 서장은 시위대로부터 폭행당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정당연설회 주최자와 참가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는 것.
공공안전을 지켜 민권을 보호하는 임무가 주어진 경찰이 불법 집회 현장에서 공무집행 도중 시위대에 의해 폭행을 당하고, 법원은 한 개인의 인권이 민권보다 소중하다며 가해자를 구속할 수 없다고 하고, 불법 집회 현장에서 시위대를 상대로 연설한 정치당은 당시 취재기자들의 목격은 물론 카메라와 동영상에 포착된 폭행 사건을 자작극이라며 오히려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한건 한건이 일반 기본 상식을 초월해 정말이지 미국에서 볼 때 “소설도 이런 소설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하기야 한·미 FTA 비준을 막기 위해 김선동 민주노동당 초선 국회의원이 지난달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리고, 또 그 것도 모자라 “나에게 진짜 폭탄이 있다면 아무 망설임 없이 두려움 없이 한나라당에 폭탄을 터트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독설을 내뱉어도 사법조치는 물론 국회 제재마저도 취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면 박 서장 폭행 사건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이 아니라 ‘대한아나키국’(Korean Anarchy)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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