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한국을 나가시면서 혼자 계신 아버지를 자주 찾아뵈라고 부탁하셨다.
그러나 문안인사 조차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다. 그러다 아버지가 무척 서운하다시며 전화를 하셨다. 어찌나 죄송한지 기분을 풀어드리려고 단숨에 달려갔다.
그 날 가보니, 냉장고에 각종 밑반찬과 음식이 많은데도 고기와 여러 야채를 넣고 자장소스를 만들어 놓으라고 하신다. 서운한 아버지의 마음을 달래드리려고 온갖 정성을 기울여 만들었더니, 내가 생각해도 처음 만들어 본 음식치고는 맛이 괜찮았다. 무엇보다도 미식가이신 아버지께서 맛있다고 하시니 음식 맛은 일단 통과한 셈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식사 후 아버지는 지인이 가져온 사과를 꺼내 오셔서 집에 갈 때 친구 분들 댁을 들러 갖다 드리고 가라고 하신다. 아버지는 나지막하고 넓은 상자에 사과를 담고 비닐로 그 위를 덮으라고 하셨다. 잘 해 보려고 애썼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망치기만 하고 비닐만 굉장히 많이 소비하였다. 많은 시간을 걸려 겨우 포장했는데, 아버지는 해 놓은 것이 맘에 들지 않으셨던지 수고했다는 말 대신 “다른 것은 다 잘하는 사람이 이것은 왜 이렇게 볼품없이 만들어 놓았냐고”며 말씀하셨다. 분명히 지적을 받았기에 민망하고 기분이 상할 것 같았는데 이상하리만큼 기분이 괜찮았다. 왜냐하면 잘 하는 것이 있다고 인정을 해 주시고 못하는 것을 지적하셨기에 그런가보다.
나는 다른 이들에게 무슨 일을 시켰을 때 마음에 들지 않게 하면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왜 이런 것도 못하냐며 곧 바로 지적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하셨던 것처럼 다른 이들의 장점 또는 강점을 인정해 주고 부족한 부분을 말해준다면 똑같은 꾸중이라도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도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하게 될 것이 아닌가! 켄 블렌차드 (Ken Blanchard)는 그의 책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에서 칭찬은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사람과 조직을 발전시킬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있다고 말한다. 칭찬이 단순히 좋은 점을 나열하는 것 이상이듯이 꾸지람도 나쁜 점을 지적하는 것 이상이다. 칭찬하는 법도 꾸중하는 법도 잘 배울 필요가 있다. 부모나 선생님들은 모두 다 잘 안다. 자녀들이나 학생들에게 칭찬만 하면 좋겠지만, 때로는 적합한 꾸지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듣는 이들의 기를 죽이지 않고, 센스 있게 꾸중하는 법, 그것은 칭찬이다. 칭찬은 꾸중의 필요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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