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가 되면 세월이 강물이 흐르는것처럼 지나갑니다. 반년쯤 지난후면 ‘아, 벌써…’하며 잠깐 뒤를 돌아다 봅니다. 9월이 되어 학교가 시작되면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10월 문턱에서면 무언가에 쫓기는것 같은 두려움이 다가 옵니다. 그리고 내겐 계절병이 도집니다.
미국에 처음 왔을때는 뉴욕에 살았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것은 허드슨 강을 따라 북쪽을 향해 올라가던 시월의 단풍 입니다. 마치 오색 솜이불을 펴 놓은듯한 그 단풍들을 보면 그냥 뛰어 내려도 나를 받쳐줄것 같은 착각을 합니다. 마냥 포근하고 부드러운 그래서 안기고 싶은 나뭇잎들 입니다.
캘리포니아로 온후엔 그곳에서 보았던 단풍들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동안 먹고 사는일, 아이들 뒷바라지에 바삐 지내느라 가을 단풍을 즐긴다는것은 남의 일에 불과 했습니다. 한 십년전쯤 아이들이 모두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가진 후엔 마음이 가벼워지고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시월이 저만치 먼데도 단풍을 기다립니다.
다니다 보니 캘리포니아에는 동부에서처럼 짙은 색깔의 단풍은 아니지만 아름다운곳이 많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월에는 단풍을 받아주는 호수가 특별히 아름답습니다. 쪽빛 호수속에 백양나무 혹은 사시나무라고 불리우는 Aspen이 하늘거리는 풍경은 허드슨 강변에서는 볼수없는 명품 입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Aspen 단풍은 레익타호에서 395번을 타고 남쪽으로 비숍까지 내려가다보면 수없이 많은 자그마한 호수들과 미풍에도 바들바들 떠는 노란 사시나무가 골짜기마다 흐드러 집니다. 볼때마다 감격 합니다. 인간의 누가 저렇게 아름답게 만들수 있을까. 돌아 올때는 요세미티 공원을 가로지르는 120번 도로 Tioga Pass 를 타고옵니다. 뭉쳤던 응어리들이 맥없이 풀어지는듯한 평안이 있습니다.
여러해 전 한국의 내장산을 다녀온것도 기억에 남는 풍경 이었습니다. 오밀조밀하고 아기자기한 풍경은 한국만이 줄수있는 아름다움 이었습니다. 어떻게 저토록 예쁘게 물들수 있을까. 나무를 향해 손을들고 주먹을 쥐면 금새 빨강물이 줄줄 짜질듯합니다.
여름이 뜨거울수록, 가을이 차가울수록 단풍은 더욱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하고 나는 올해도 이 시월에 단풍을 찾아 나설겝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