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 마땅히 입고 나설게 없다. 아줌마 살이 점점 붙어가면서 새옷을 장만한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난다. 마음먹고 블라우스 라도 하나 사입어야지 하고 나가서는 눈에 들어오는 빅세일 광고에, 번번히 아이들꺼나 몇벌 사들고 돌어오기가 일수이다.
고르고 자시고 할 레파토리도 없으면서 뒤지고 뒤져 몇년전인가 친정 엄마가 한국방문때 사다 주신 블라우스를 한장 손에 쥐었다.
’이걸 입어? 말어? 모양이야 어떻든 깨끗하고 잘 맞잖아?’
한번 입어주기로 결심한다.
검은 져지 가라( 우리 어머님들은 천 이라는 표현을 이렇게 하신다.)에 핫핑크와 하늘색 꽃잎이 교차하는 꽃송이 들이 밝은 주홍색과 연두색 이파리를 주렁주렁달고 현란하게 온통 블라우스를 돌아다니는 무늬. 여기까지는 그래도 눈감아 줄 수 있다. 문제는 그 현란함 위에 지름 3mm 짜리 번쩍이는 스팡클들이 상하좌우 2 cm 간격으로 촘촘하게 온 블라우스를 채우고 있다는것. 조금만 움직여도 인기가수 ‘태진아’ 씨의 무대의상이 울고갈정도로 ‘휘향찬란’ 그 자체인 것을..
어쨋든 입었다. 아니.. 입어주었다. 교회식구들이야 다 형제 자매같은데 뭐 어쩔라구..
’에잇, 누가 뭐라고 하면, 한번 웃겨볼라고 입고 왔다고 하지 뭐..’
반응은 폭발적 이었다.
어머.. 집사님 의상 너무 예뻐요
라고 말하는 입술사이로 야릇한 미소가 삐져나온다.
나도 이렇게 화려한거 좋아하는데..
멋있어요. 역시 밝은게 잘 어울리시네요,.
칭찬 일색들이다. 어떤이들은 차마 칭찬까진 양심에 걸렸던지 베시시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쑤욱~ 치켜 올려준다. 도리어 내가 웃음이 터져나온다
자기들 이런거 좋아해? 참 특이하네..
내가 먼저 선수를 치자,
하하하하...
그제서야 참았던 진심이 터져 나온다. ‘춤바람난 시골 아줌마가 나이트 클럽 갈 때 입으려고 큰맘먹고 장만한 옷’ 이라는 나의 표현에 모두가 맞다며 박장대소 한다. 입에 발린 칭찬이란걸 그들도 알고 나도 알았지만, 하나도 부끄럽지도, 기분 상하지도 않았다. 나를 배려하는 속깊은 마음들인 것을...
동화속 정직한 소년이 임금님이 벌거 벗었다 하고 마을사람들 앞에서 외쳤을때, 비록 진실이 드러나는 통쾌함은 있었지만, 임금님의 입장에선 얼마나 부끄럽고 큰 상처가 되었을까? 대인 기피증에 걸렸을수도, 아주 포악한 임금이되어 백성을 괴롭혔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나의 촌티나는 블라우스를 칭찬한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것 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그 옷은 참으로 밝았고 참으로 화려한게 사실이었으니까. 같은 말을 하더라도 상대의 입장을 고려 해서,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고 찌르기 보다는 지혜롭게 덮어주고, 어려울때 힘이 되어주는 말로 할 수 있다면, 이세상은 얼마나 따듯하고 살 만한 곳이 될까?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지혜로운 말에 관한 잠언 몇귀절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함부로 말하는 사람의 말은 비수 같아도, 지혜로운 사람의 말은 아픈 곳을 낫게 하는 약이다.” (잠언 12장 18절 말씀)
“입과 혀를 지킬수 있는 사람은, 역경 속에서도 자기의 목숨을 지킬 수 있다.” (잠언 21장 2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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