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모듈 땅속 30㎝ 깊이 파묻히고 주변 초원지대 불붙어
이씨 모듈 (외부) 화염보고 우리도 탈까 무척 놀랐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 19일 지구에 도착한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29) 씨의 귀환과정이 정말 위험천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모스크바 지상임무센터(MCC)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 따르면 이 씨가 타고 온 소유스 TMA-11 귀환 모듈은 착륙 예상 지점에 내리지 않았고, 제 시간에 도착하지도 않는 등 정상적인 귀환 과정을 밟지 못했다.
이 씨와 유리 말렌첸코(러시아), 페기 윗슨(미국)을 태운 귀환모듈은 예정 시각보다 2분 이른 19일 낮 5시 28분(이하 한국 시간)에, 예상 착륙지점보다 서쪽으로 420km 떨어진 초원지대에 도착했다.
착륙하고 30여 분이 지난 오후 6시 9분께 귀환모듈 선장인 말렌첸코가 무선통신으로 우주인이 모두 건강하다는 사실을 MCC에 알려왔다.
우주인들은 착륙에 의한 충격으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구조대가 오기를 기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듈이 땅속 약 30cm 깊이로 파묻힌 점으로 미뤄 당시 충격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이날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귀환 모듈(외부)의 심한 화염을 보고 `우리도 타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무척 놀랐으나 내부는 덥지 않았고, 다른 동료 우주인들이 안정된 모습을 보고 나도 안정을 찾았다면서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예상 착륙지점을 빗나가면서 귀환 모듈에 최초로 도착한 사람은 구조대원이 아닌, 하늘에서 거대한 낙하산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달려온 지역 주민들이었다.
주민들 증언에 따르면 먼저 말렌첸코가 우주선 밖으로 어렵게 나오려고 하자 주민들이 그를 도와주었다. 이후 25분이 지난 뒤 헬기가 도착해 윗슨과 이 씨를 꺼냈다.
주변 초원지대에 불이 붙고 연기가 가득해 모듈 안에 있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순탄치 못한 착륙 탓인지 구조 직후 이 씨는 러시아어로 허리가 조금 아프다. 일어나기가 힘들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이날 `잘못된 착륙’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귀환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신문은 귀환모듈이 `탄도궤도’로 진입한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권 진입 후 귀환선은 자동으로 지상과의 일정한 각도(30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낙하산을 펴기도 전에 거의 수직에 가깝게 강하하면서 땅에 꽂혔다는 것이다.
탄도궤도로 진입할 경우 우주인들은 평상시 보다 두 배 이상의 압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착륙 전 과정이 자동 제어되지만 이번과 같은 착륙이 이뤄진 것은 귀환 모듈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신문과 AP 통신은 지구 재진입 과정에서 소유스 귀환 모듈이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의 첫 우주인과 러시아 우주인 2명을 태운 귀환모듈은 기술결함으로 예측 지점보다 380㎞ 떨어진 지점에 착륙했고, 2003년 5월에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해 귀환모듈이 예상 착륙지점에서 500km나 벗어나 수 시간 동안 실종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모듈의 엔진 또는 센서 등 기계 결함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발사체 연구 전문가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모듈이 통제를 잃는 바람에 `소프트 랜딩(Soft Landing)’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그로 인해 우주인들이 느낀 충격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나톨리 페르미노프 러시아 연방우주청장은 TMA-11호가 탄도 궤도로 진입한 사실을 승무원들이 보고하지 않아 예상 착륙지점을 때맞춰 수정하는 데 실패했다며 예상 착륙지점만 벗어났을 뿐 착륙 전 과정을 볼 때 특별한 문제는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탄도궤도로 비행하는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지상에 연락조차 할 수 없었으며 모듈이 요동치고 회전하면서 우주인 모두 의식을 잃었다고 전했다.
소유스 우주선을 제작한 러시아 국영 우주로켓 회사 에네르기아사는 TMA-11호를 회수해 정확한 원인규명에 들어갔다.
hyunh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