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안보 및 언어정책 전문가들은 고급 수준의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부족이 글로벌 시대에 효과적인 국제 마켓팅 전략과 국제 안보 외교를 위협할 뿐 아니라 미국의 정치 학문 등 모든 영역에서 국가 경제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테러와의 전쟁이 선포된 지금 연방수사국등 관계기관들은 아랍어 구사자 부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0년 인구 센서스는 미국 전체 인구의 11%에 해당하는 약 3,050만명이 외국태생임을 보여 준다. 즉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외국태생의 이민자가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많은 이민자수에도 불구하고 언어전문가들은 앞으로 2-3세대 안에 미국내 비영어권 출신의 이민자들은 자기들의 모국어를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대학에서 가르치는 외국어 수는 150개 정도에 달한다. 그러나 전문인 영역에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을 만큼 유창성을 가진 미국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실제 지난 20년동안 미국 대학에서는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를 제외한 모든 외국어 수강생들이 계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는데다가 대부분의 외국어 수강생들도 기초 수준 단계에 몰려 있을 뿐 고급 단계로 갈수록 수강생들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미국의 국가안보와 관련된 80여개의 연방 정부산하 기관에서는 고급 수준의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전문인력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 9월 미상원 국제안보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는 증가하는 인력 수요에 비해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전문인 확보는 더욱 어려워져 간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적 언어위기’ 현상이라고도 불리는 외국어 전문인력의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방부 소속 국가안보 교육 프로그램(National Security Education Program)에서는 향후 20년 국방비 예산의 일부를 한국어를 포함한 전략적으로 중요한 5개의 언어교육에 집중투자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특기할 만한 사항은 이민 2세를 비롯한 재미 한인학생들을 특별 지원한다는 사실이다. 대학 선정 조건으로도 캠퍼스 내에 충분한 숫자의 한인학생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조건은 결국 고급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미국 학생들을 확보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미국 언어정책가들의 자각을 반영한다. 나아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재미한인 2세를 비롯한 이민자 자녀들의 문화와 이중언어 능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에서 목표로 하는 최상급 한국어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 소요되는 시간은 미국학생들의 경우 평균 2,500-3,000 시간이다. 이에 반해 한인 2세들은 200-300 시간 정도의 한국어 과정을 거치면 이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미국의 언어교육자들과 정책 전문가들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한국어의 중요성과 한인 2세가 지닌 이중언어 구사능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어 교육은 이런 면에서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 비록 영어문화권 속에서 태어나 교육받지만 2세들이 한인부모를 통해 전수 받는 한국문화와 언어에 대한 이해는 미국 학생들이 대학 4년내내 한국어를 수강하더라도 도달하기 힘든 귀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2세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효율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만 한다면 한미 양국의 귀중한 경제, 국제안보, 문화적 자원으로 기여할 수 있다. 외국어 교육은 어릴 때 (대체로 만 10세 전)받아야 완전한 이중언어구사자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한인부모들이 가진 귀중한 언어자산을 늦기 전에 자녀에게 전수하는 것은 어떤 유산보다 더 값진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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