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그로브의 화학물질 저장탱크 시설에서 발생했던 폭발 위기 사태가 일단은 진정됐다. 한인 등 5만여 명의 대피 주민들이 집으로 귀가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1주일 가까이 이어진 독성물질 누출 ‘위기’와 이로 인한 커뮤니티 ‘셧다운’은 많은 한인들을 포함한 주민들과 사업체들에 경제적,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남겼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저장탱크 과열 사고가 아니었다. 오렌지카운티 한인 밀집 지역에서 무려 5만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학교가 문을 닫았으며, 주민들은 며칠 동안 불안과 혼란 속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당국이 “폭발 위험은 제거됐다. 오염은 없고, 안전하다”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이 느낀 공포와 행정에 대한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위험시설이 수많은 주민과 학생들이 생활하는 도심 거주지 바로 옆에서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이런 시설이 주거지 가까이에 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 특히 한인들도 많이 사는 남가주의 도심 지역 한복판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줄 수 있는 화학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현실은 엄중한 경고가 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 왜 저장탱크가 과열됐는지, 관리 규정은 제대로 지켜졌는지, 감독 기관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철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히 “위기를 넘겼다”는 수준에서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 연방 환경보호청(EPA)을 포함한 관계 당국은 사고 원인과 유해물질 영향, 대응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남가주 곳곳에 이같은 위험 시설들이 주거지역과 맞닿아 있는 곳들이 또 있는지, 도시 개발과 인구 밀집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안전 규제와 위험물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등이 철저히 점검돼야 한다. 주거지 인근 위험시설에 대한 전면 재점검과 함께 실질적인 재난 대응 매뉴얼 개선, 주민 경보 시스템 강화, 대피 인프라 확충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가든그로브 사태가 또 하나의 “운 좋게 넘어간 사고”로 잊혀진다면 더 큰 참사는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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