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차대전 중 전세가 기울고 패색이 짙어지자 일본은 ‘가미가제’ 특공대를 조직, 고작 20세 안팎의 젊은이들에게 자살 특공대를 선택하게 했다. 그때 일본 군국주의자들은 애국심을 강요하며 그들을 사지로 몰았다.
1950년 한국에서 6.25전쟁이 터졌을 때도 남북 양쪽이 젊은이들을 전쟁터에 내몬 명분과 구호는 애국심과 나라에 대한 충성이었다. 수백만의 희생자를 내고서야 휴전이 되었으나 언제 또 다시 전쟁이 재발되어 이 애국심이 재등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 사람들의 애국심과 나라 사랑은 우리와는 개념에서부터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미국의 심장부가 테러의 습격을 당한 9월11일 이른 아침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우리 투표소 관리 종사자들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투표인의 내방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날은 코리아타운 일부가 포함된 LA시의원 보궐선거가 있는 날이었다. 투표인들의 제보로 사실의 윤곽을 알게 된 우리도 아연 실색했지만 그들의 충격에 찬 모습, 특히 여성들의 격분 섞인 애국심은 인상적이었다.
어느 40대 미국 여성은 말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자유와 정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데" "세계 어디를 가보아도 미국처럼 살기 좋은 나라가 없는데 이 미국을 테러에서 지켜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것이었다.
미국인들은 우리들의 조국이나 충성의 개념에서가 아니라 자유와 정의 그리고 기회의 균등이 근간이 되는 미국 헌법과 민주적 정치제도, 그것이야말로 미국 시민 모두가 사수하고 후손에 넘겨주어야 한다는 가치관이 애국심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고 믿는다.
수많은 자원 봉사자, 경찰, 소방관들, 정부 요인들의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누가 하자고한 것도 아니지만 자진하여 촛불을 켜고 밤을 지새며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를 잃은 이웃의 슬픔에 동참하려는 시민들을 볼 때 혈연 위주의 우리들의 좁은 사랑에서 한 차원 높은 그들의 기독교적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운집한 시민들 가운데 젊은 흑인 청년이 혼잣말처럼 외치던 "전쟁터에 나가겠다"의 여운이 그들의 참된 애국심을 설명해 주는 것 같아서 나도 미국 시민의 한 사람임에 자부심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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