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추위 속 필사 구조작업
▶ 어린이·여성들에 피해 집중, 잔해 속 아이 극적 구조도 “병원 전체가 응급실 방불”
#“한 살짜리 우리 손자가 저기 갇혀 있어요. 12층에서 자고 있었는데 찾을 수가 없어요. 도와주세요, 제발.”
규모 7.8의 강진이 집어삼킨 튀르키예 남부 도시 아다나. 산더미 같은 잔해만 남긴 채 형체도 없이 붕괴된 아파트 터를 가리키며 할머니 임란 바후르씨는 절규했다. 꺼져 가는 목소리로 “제발, 제발”이란 말만 되뇌며 눈물을 쏟고 또 쏟았다.
#인근 도시 카흐라만마라스 파자르치크.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에서 딸을 간신히 구출한 한 아버지는 딸을 품에 안고 무작정 달렸다. 죽음의 그림자를 떨쳐내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내 주저앉은 그는 내복 차림으로 머리에 하얀 재를 뒤집어쓴 딸을 어루만지며 그제야 안도의 눈물을 토해냈다.
지난 6일 새벽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국경 지대를 덮친 지진으로 일대는 ‘죽음의 섬’이 됐다. 분주한 삶의 터전은 사라지고 건물 파편과 흙먼지만 남았다. 섭씨 영하 6도까지 떨어진 강추위와 몰아치는 여진 속에서 구조 인력이 사투를 벌였지만 7일까지 사망자가 속출했다. 가까스로 살아나온 사람도 있었으나 아무도 웃지 못했다.
소방관, 군인 등 1만여 명의 구조대원들은 이틀째 목숨을 걸고 생존자를 수색했다. 민간인들도 나섰다. 무른 지반 탓에 건물이 대거 완파된 현장은 처참했다. 대형 굴삭기가 산산조각 난 건물 잔해를 들어 올렸고, 구조대원들은 “천천히, 천천히!”를 외쳐가며 전기톱으로 콘크리트를 절단했다. 파묻힌 생존자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어 갔다. 지진이 새벽 4시에 발생하는 바람에 건물 밖으로 빠져나와 목숨을 구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재난이 그렇듯 어린아이와 여성에게 피해가 몰렸다. 곳곳에서 아이들의 시신이 목격됐다. 시리아 북서부 마을 아즈마린에선 담요에 쌓인 작은 시신들이 땅에 줄지어 누워 병원 후송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흐라만마라스 파자르치크의 무너진 건물 앞에서 하산 비르발타씨는 “며느리와 손주 2명이 못 빠져나왔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의료 현장도 아수라장이었다. 병상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부상자들은 바닥에 누워 치료 순서가 오기를 기약 없이 기다렸다.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샤줄 이슬람씨는 “부상자 300~400명이 한꺼번에 들어와 병상 하나당 2, 3명의 환자를 눕히고 돌봐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환자실은 지옥도 자체였다. 이슬람씨는 “생존 가능성이 그나마 높은 부상자라도 살리기 위해 가망 없는 부상자의 산소호흡기를 빼고 있다”고 했다. 피해 지역의 병원은 통째로 대형 응급실이 됐다. 시리아 미국 의료협회는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산부인과를 포함한 일반 병원들도 응급치료 병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