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일,‘Overcome 1432’
일면식이 없는
한 유명 평론가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서명한 뒤 잠시 바라보다
이렇게까지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싶어
면지를 북 찢어낸 시집
가끔 들르는 식당 여주인에게
여차여차하여 버리긴 아깝고 해서
주는 책이니 읽어나 보라고
며칠 뒤 비오는 날 전화가 왔다
아귀찜을 했는데 양이 많아
버리긴 아깝고
둘은 이상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뭔가 서로 맛있는 것을
주고받은
그런 눈빛을 주고받으며
박철 (1960- )‘버리긴 아깝고’
시도 인간이 만든 상품이기에 어쩔 수 없이 시장이라는 유통구조와 평론가의 리뷰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의 첫 마음에 호소할 수 있는 좋은 시는 그런 구조가 필요 하지 않다. 이 시는 아무 중간상인 없이 직접 시를 거래하는 재미있는 광경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원초적 거래다. 첫 장이 찢어진 시집을 받은 식당 여주인이 아귀찜으로 시집의 값을 지불하는 그 단수가 보통이 아니다. 버리기 아까운 것을 주고받으며 둘의 눈이 맞았다. 시장과 평론가를 따돌린 은밀하고 통쾌한 마음의 눈이다. 별 것 아닌 물건이 별 것인 줄 알았던 물건보다 더 별 것이 된 것이다. 임혜신<시인>
<
박철 (19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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