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갓 졸업후 친신만고 끝에 창업, 재정난 속에서도 정권에 손 안 내밀고
▶ 잇단 탐사보도 통해 부정 부패 고발

아프간 정부의 살정과 부패를 파헤쳐 신뢰 받는 신문 ‘에티라아트 에 로즈’ 의 창업자 자키 다리야비
■ 일간 ‘에티라이트 에 로즈’의 활약
자키 다리야비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 세운 영세 신문사는 불과 몇 달을 버티지 못한 채 문을 닫았다. 당시 갓 대학을 졸업한 다리야비는 이로 인해 친구들에게서 빌린 창업자금을 거의 몽땅 날렸다.
그러나 그는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신문사 ‘에티라아트 에 로즈’를 재창업하는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에티라아트 에 로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오가는 가장 중요한 국가 담론의 한 복판에 서있다.
신문사는 여전히 재정적 생명보조장치에 의존하고 있고, 다리야비는 지원금 신청서를 작성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한다.
한편으론 눈에 불을 켠 채 새로운 자금원을 찾아야 하고 다른 한편으론 “조금만 더 말미를 달라”며 채권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처럼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문인쇄에 필요한 250달러를 마련하는데 실패하면 오프라인을 다시 가동하기까지 며칠이고 온라인 판에 매달려야 한다.
이런 와중에서도 에티라아트 에 로즈의 기자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혼탁한 정치판을 휘젓는 탐사보도를 꾸준히 쏟아냈다. 군벌과 인종집단의 대립과 갈등으로 점차 혼란스러워져 가는 아프간의 민주주의 정체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과 그 안에서의 언론의 역할에 대한 끊임없는 일깨움을 필요로 한다.
2001년 국제연합군에 의해 탈리반이 붕괴된 이후 자유로운 뉴스미디아의 성장은 아프가니스탄이 일구어낸 최대의 성과로 꼽힌다.
탈레반 치하에서 각각 한 개에 불과했던 관영 라디오 방송과 신문이 이제는 300개의 라디오, 200개의 TV채널, 70여개의 신문, 수백 종의 잡지로 무성하게 가지를 쳤다.
하지만 숫자는 언론기관들이 감내해야 하는 소모적인 작업과 위험부담을 슬그머니 가려버리곤 한다.
특히 지난 15년간 기부금에 크게 의존해온 신문사들은 재정적인 우려에 시달릴 뿐 아니라, 헌정질서보다 독재자와 유력자의 손에 의해 국가권력이 좌우되는 아프간과 같은 나라에서 과연 언론이 개혁과 변화를 선도할 수 있겠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정치적 압박과 재정적 도전에 대응하는 것이 이들이 매일 치르는 투쟁의 핵심내용이다.
다리야비와 같은 발행인들에게 신문사 일이란 부채에 짓눌린 삶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어색해진 관계를 의미한다.
아슈라프 가니 행정부를 비판하는 껄끄러운 기사를 연달아 내보낸 후 다리야비와, 가니 대통령 지지자인 아버지와의 관계도 망가졌다. 아버지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아들이 애비의 낯을 깎아내리는 짓을 하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쌍둥이 아들을 둔 다리야비는 “나 역시 신문사를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럴 때마다 두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 번번이 주저앉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에티라아트 에 로즈는 카불 서부의 아파트 3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10명의 제작진이 늦은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에 매달린다. 워낙 인력이 달리다 보니 대형 탐사가 있을 때에는 편집장은 물론 발행인인 다리야비까지 현장취재에 나선다.
일단 신문이 나오면 배달 용역원들이 새벽에 자전거를 이용해 주 5일간 하루 3,000부씩 돌린다. 그러나 다리야비는 오프라인보다 페이스북을 통한 컬러풀한 온라인판에 더 신경을 쓴다. 가입독자 수도 온라인 쪽이 30만 명으로 훨씬 많지만 광고수입은 전체 제작경비의 30%에 불과하다.
다리야비는 열린사회재단으로부터 5만 달러를 무상지원금으로 확보했다. 내년도 제작경비의 30%를 충당하기에 충분한 액수다.
비용문제로 몇 주간 신문을 인쇄하지 못하고 온라인에만 기사를 올린 적도 있다. 다리야비는 지난해 인쇄중단을 했을 때 정치 자금의 유혹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었다고 털어놓았다.
회사 규모는 작아도 지난 5년간 에티라아트 에 로즈가 올린 성과는 만만치 않다. 우선 카르자이 일가를 비롯, 아프간 자원의 상당부분을 주무르는 명문가 네트워크의 실체를 상세히 파헤쳤다. 아프간 최대 은행이 9억 달러의 부실대출로 무너졌을 때에는 신문의 전체 면을 헐어 이 사건에 권문세가들이 어떻게 연루되었는지 보도했다.
그뿐 아니다. 가니 행정부가 카불 최고급 부동산 단지를 선거 지지자들에게 헐값에 매각한 사실도 심층 조사해 세상에 알렸다.
지난주, 신문은 대통령궁의 특정인종 그룹에 대한 정실인사를 기획물로 연재했다. 오랫동안 평등과 씨름해온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대단히 예민한 이슈였다.
대통령의 편파인사를 파헤치기 위해 숫한 언론사들이 불꽃 튀는 취재경쟁을 벌였지만 에티라아트 에 로즈는 보도내용을 뒷받침 할 결정적 문건을 단독으로 입수해 대서특필하는 개가를 올렸다.
자금부족으로 타월을 던지기 직전 건져 올린 월척으로 다리야비의 회사는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가즈니 출신인 그는 자고리에서 성장했으며 카불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나이는 분명치 않다. 그의 아버지가 쿠란 커버 뒷장에 휘갈겨 쓴 생년월일에 따르면 서른 한 살이지만, 구청에서 발급한 신분증의 나이는 28세다.
대학졸업 후 다리야비는 건당 5달러를 받고 지방지에 기사를 썼다. 이어 친구와 가족을 설득해 1만 6,000달러를 끌어 모은 그는 엔터테인먼트에 포커스를 맞춘 에티라아트 에 로즈를 창립했다.
첫 사업에 실패한 후 2012년 폐간 일보직전의 영자지를 인수해 이를 제 2 창업의 도구로 활용했다. 이번엔 편집 포커스를 엔터테인먼트에서 정치로 옮겼고, 이 같은 틀 바꾸기 전략이 주효하면서 복간된 신문사는 아슬아슬하게나마 명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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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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