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 내 동생이 얼마나 가정적이고 좋은 아이였는데….”
놀란 눈으로 펼쳐 든 신문에서는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누이의 통곡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남단에 있는 인구 3만의 조용한 실리콘 밸리의 도시인 멘로파크에서 근 몇 년만인지 모를 십여 발의 총성이 대낮에 울렸다. 며칠이 지난 후에도 사람들이 그 충격에 몸서리를 치는 안타까운 사건은 내가 적어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지나가는 도로에서 벌어졌다.
사무실 전문 절도범으로 알려진 50대 초반의 백인 용의자가 회사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중, 총기를 꺼내 추격 경관들을 겨누다 집중사격을 받고 현장에서 사망한 것이다. 경찰관 3명이 집중사격을 했다고 하니 아마도 거의 벌집이 되어 마지막 숨을 거두었을 것이다.
용의자 누이의 절규는, 경찰관에게 총을 겨눈 위험한 범죄자를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는 관할 경찰서의 공식발표에 대해 쏟아 붇는, 애끓는 항변인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인생이길래, 리버사이드 카운티에 살던 이가 여기까지 올라와 사무실에 침입하려다 열대여섯 발이나 되는 총탄세례를 받고 죽어야 했을까?
YMCA에서 아침 수영을 마친나는, 풀 사이드의 자쿠지에서 쉬면서 잠시 상념에 잠겨본다. 생각할수록 모골이 송연해진다.
옆에 앉은 형사소송 전문변호사 엘리너 할머니는 희생자가 코너에 몰려 절망 끝에 총을 꺼낸 것은 큰 실수였지만, 경찰이 1발 정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곳을 쐈으면 범인은 바로 포기하고 체포에 응했을 텐데, 집중사격을 해서 불필요한 희생자를 만든 것은 공권력 남용의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어설프게 쏴서 부상당하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죽을 때까지 쏘도록 권장하는 것이 혹시 미국경찰의 불편한 진실은 아닌지 조심스레 물어보니 확언하건대 그렇지 않단다.
변호사 할머니는 형사법정을 자주 출입하면서 경관들 간의 무선통화도 가끔 듣는데, 어떤 사건현장에서 범인과 대치 중인 경관이 총을 쏘라는 본부의 지시에 대해,사건 보고서 작성 시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총격 대신에, 말로 설득해 보겠다고한 뒤, 결국 순순히 자수를 이끌어내더라는 것이다.
실리콘 밸리는 첨단 테크놀로지를 이끌어가는 두뇌 같은 역할을 하는 곳으로 폭력과는 관련 없을것 같지만 이곳에서도 가끔씩 총기관련 사고가 발생한다. 방심한 채 행동하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적어도 총기로 사상에 이르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국은 어떤 의미에서 공권력의 집행이 매우 살벌한 나라이다.
경찰의 요구에 “민주경찰이 이래도 되냐!“ 고 토를 달거나 핏대를 올리다간 그 길로 세상과 하직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의 지시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 경찰의 국가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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