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 두라테 소재 호프 내셔널 메디칼 센터에서 수술환자에게 마취제를 주입하고 있다. 보스턴에 위치한 매서추세츠 제너럴 하스피탈의 연구팀은 뇌파검사(EEG)를 이용해 마취제 프로포폴을 주입받은 환자 의 의식 상실과 회복 때 나타나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마취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수술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미국에서는 수술대에 올라가는 환자 1,000명당 한두 명이 이런 험한 꼴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7년을 기준으로 한 통계치다.
쇠톱 소리 생생… 칼이 살 가르는 감촉 또렷…
환자 1,000명 당 1~2명 꼴‘악몽체험 사태’발생
최근‘마취상태 정확한 확인방법’발표로 주목
미국의 경우 매일 6만명가량이 수술, 혹은 다른 외과적 시술을 위해 전신마취를 받는다.
전신마취는 국소마취와 달리 환자를 완전한 의식불명 상태로 만들어놓는다.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고통을 느끼지도 않는다. 물론 의식의 줄이 완전히 풀어진 환자가 마취상태에서 발생한 일을 기억할 리 없다.
그러나 가끔씩 일이 꼬이는 수가 있다. 마취가 제대로 안 돼 환자가 주위의 소리를 듣기도 하고, 아주 드물긴 하지만 수술의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이른바‘ 마취 중 각성’이다.
가물 의식은 남아 있어도 몸을 움직이거나 말을 할 정도는 못되니 그 상태에서 꼼짝없이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마취가 어려운 심장수술이나 제왕절개의 경우 불완전한 마취로 환자의 의식이 완전히 꺼지지 않을 수 있다. 제왕절개 수술은 마취제가 태아와 자궁수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마취제의 농도를 낮추게 되고 이러다 보면 불완전 마취로 사단이 날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한 환자들 가운데 일부는 수술의 전 과정을 기억하기도 한다. 지난 2011년 LA 타임스의 건강면‘ 부스터 샷츠’ 섹션에는 전신 마취 하에서 의식을 유지한 ‘불운한’ 환자들의 공포스런 경험담이 실렸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심장병 환자였다. 그는 쇠톱이 자신의 가슴을 파고드는 소리와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수술도가 살을 가르는 소리도 들었다. 천만다행으로 통증은 없었다.
만약 통증을 느낀다면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고문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통증을 느낄 정도로 수술환자의 마취가 약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콩팥 바로 위에 위치한 내분비기관인 부신 제거수술을 받은 한 여성은 마치 중계방송을 듣듯 수술현장의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며“ 산소호흡기의 감촉이 느껴졌고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엄습했다”고 회고했다.
통증은 없다지만 마취 중 의식을 잃지 않은 ‘각성 환자’는 거의 예외 없이 패닉상태에 빠지게 마련이다. 그녀 역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는 순간 공포의 늪 속으로 처박혔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끔찍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마취과 전문의에게는 환자가 완전히 의식을 잃었는지 모니터할 수 있는 확실한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마취과 전문의들이 믿을 것이라곤 그들의 지식과 경험뿐이다. 마취약이 인체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전문지식이 그들이 지닌 가장 확실한‘ 확인 수단’이다. 환자의 심장박동, 혈압, 근육 이완 정도와 다른 척도들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이들에겐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취과 의사는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가이기 때문에 수술을 받기 전 행여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풀리지 않을까 미리 겁을 집어먹는 것은 기우, 즉 쓸데없는 걱정이다.
LA 타임스가 부스터 샷츠에 환자들의 경험담을 게재한 것도 뇌파검사(EEG)보다 환자가 내뿜는 마취개스 수준을 모니터하는 것이 마취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논문이 예상 외로 광범위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이 논문은 권위를 인정받은 학회지인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게재됐다.
하지만 최근 보스턴 소재 매서추세츠 제너럴 하스피틀의 연구진은 EEG를 이용해 환자가 마취로 의식을 잃을 때와 되찾을 때 나타나는 특징을 읽어내는데 성공했다.
약간은 불안스럽던 마취분야의 안전도를 높일 획기적인 개선의 길이 트인 셈이다.
연구를 진행한 패트릭 퍼돈과 에머리 브라운은 10명의 실험 참여자들에게 전신마취에 자주 사용되는 프로포폴을 주입했다. 그러나 실제 수술할 때보다 주입 속도를 늦춰 단계적으로 조금씩 주입량을 높여가는 방식을 취했다.
이를 위해 전산화 주입 시스템이 사용됐다. 마취제를 단계적으로 주입하되 매 단계마다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14분이 걸리도록 했다.
마취제를 주입받기 시작한 실험 참여자들을 EEG 모니터 시스템에 연결시킨 연구원들은 이들에게 두 가지 타입의 자극에 반응하도록 부탁했다.
첫 번째 외부자극은 쇠와 쇠가 부딪히는 듯한 연속음이었다. 두 번째 청각자극은 남성의 목소리 형태로 주어졌다. 남성이 짧게 한마디 말을 한다거나 환자의 이름을 부르는 식이었다.
참여자들은 만약 목소리가 들리면 한 쪽 버튼을, 쇳소리가 들리면 다른 쪽 버튼을 누르라는 거듭된 지시를 받았다. 실험의 전 과정은 꼼꼼하게 기록됐다.
연구팀은 지원자들의 의식이 빠져나가고, 다시 들어오는 과정에서 뚜렷한 패턴을 잡아낼 수 있었다.
전두엽 활동의 주파수와 대역폭 변화를 통해 마취로 인해 점차 흐려지는 실험 참여자들의 청각을 추적한 연구팀은 이들이 쇳소리보다 음성 자극에 더 오래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같은 패턴은 환자가 의식을 되찾는 과정에서는 역으로 나타났다. 목소리에 먼저 반응하고 그 다음으로 쇳소리에 대한 반응을 재개했다.
자극에 대한 뇌의 반응패턴을 알아냈다는 것은 EEG를 이용해 환자의 의식상태와 혼수상태를 정확히 모니터 할 수 있는 열쇠를 손에 쥐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더 이상 의사의 숙련된‘ 감’과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심약한 환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마음이 놓이는 대목이다.
EEG를 이용한 모니터 방법이 자리 잡게 되면 오싹한 마취괴담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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