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총영사관 1층에 설치된 기표소를 재외국민 투표자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천지훈 기자>
헌정사상 첫 도입된 재외국민투표 첫날인 28일 뉴욕총영사관 투표장은 예상보다 북적이진 않았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해야겠다’는 한인 유권자들의 열정 만큼은 뜨거웠다.
뉴저지 프린스턴에 거주하는 미주한인총연합회 소헌 부회장 부부는 새벽에 일어나 2시간 넘게 승용차로 달려와 첫 재외선거 투표자 주인공이 됐으며, 90세를 앞둔 퀸즈 플러싱의 정원빈 옹(89)은 이날 최고령 투표자의 영예를 안았다.
또 뉴저지 팰리세이즈팍의 이원재씨 부부는 복잡한 맨하탄 교통을 고려해 오토바이를 타고 투표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으며, 퀸즈 우드사이드에 거주하는 이익진(76)씨는 이민 40년 만에 한국 선거에 참여한 뒤 감격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소중한 한표를 행사기 위해 생업을 포기한 유권자도 있었다. 롱아일랜드 김석범(50)씨는 “맨하탄 총영사관을 왕래하려면 5~6시간이 걸려 아예 오늘 하루 휴업하고 투표소에 나왔다”고 말했다. 유권자 등록을 하는 줄 모르고 투표장을 찾았던 이병천(76)씨는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해줬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란 말로 아쉬움을 표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투표장에는 한국 선거에 처음 참여하는 20대 한인 유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생애 첫 투표를 했다는 문철희(21, 뉴욕대 재학)씨는 “사실 귀찮아서 안하려 했는데 친구 권유로 했다. 막상하고 나니 뿌듯한 마음이 든다”며 활짝 웃었다.
■ 미동부 첫 번째 투표자 소헌 총연 부회장 부부
"한국국적을 차마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결국 30년 만에 주권을 행사하게 돼 너무 기쁘다" 헌정사상 첫 번째로 뉴욕총영사관에서 실시된 재외국민 투표에서 첫 번째 투표자의 영광을 안은 소헌(57, 왼쪽부터) 미주한인회총연합회 부회장과 부인 소애순(55)씨는 "이민 온지 32년 만에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생각에 새벽6시에 집을 나섰지만 기차타고 나들이 하는 기분으로 편하게 왔다"며 "등록하신 분들은 모두 빠짐없이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주권을 꼭 행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최고령 투표 노익장 정원빈.정옥련씨 부부
이날 역사상 첫 재외국민 투표를 하려고 투표소를 찾은 최고령 투표자인 정원빈(89,왼쪽부터)씨와 부인 정옥련(82)씨는 노익장을 과시하며 신성한 투표권을 행사했다. 지난 1923년 북한 평양에서 출생한 정원빈씨는 "인천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이주한지 15년째"라며 "자식들의 권유에 집을 나섰는데 예전 한국에서 투표했던 기억이 나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정옥련씨 역시 "자식들과 미국에서 살며 한국정치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는데 아들, 딸 성화에 투표하러 왔더니 우리 나이에도 할 일이 있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며 소
감을 전했다.
▲진승엽(오른쪽 세번째) 재외선거관이 재외국민 투표가 실시된 뉴욕총영사관 건물 앞에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한인 시위자에게 철수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뉴저지 펠리사이드팍에서 남편 이원재씨와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를 타고 투표에 참가하러 온 조혜인(오른쪽)씨가 뉴욕총영사관 앞에서 밝게 웃으며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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