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한국부모에 전화 "자녀 납치했다"
’돈 입금할때까지 울음소리’ 공포감 조성
뉴욕에 유학 중인 한인 학생의 한국 부모들에게 ‘자녀를 납치했다’는 거짓 협박 전화를 걸어 돈을 뜯어내는 ‘보이스 피싱’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이 같은 보이스 피싱은 10시간이 넘는 뉴욕과 한국의 시차를 악용, 부모·자녀 간 연락이 잘 닿지 않는 허점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갈수록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피해=맨하탄에 거주하는 한인 유학생 K(여, 22)모 양의 서울 집에 지난 14일 오후 1시께(뉴욕시간 14일 새벽 0시) ‘딸을 납치했다. 당장 돈을 마련해 은행에 입금하라’라는 내용의 협박전화가 걸려왔다. 특히 범인은 부모가 뉴욕의 딸에게 확인할 수 없도록 전화를 끊지 않고 돈을 입금할 때까지 2시간30분가량 가짜 딸의 울음소리를 들려주며 공포감을 조성했다. 다급해진 K양 부모는 이 과정에서 범인이 시키는 대로 1,600만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송금을 마친 후 뉴욕에 전화를 시도했고 그 시간 자고 있던 딸이 전화를 받으면서 사기였음을 알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 해에도 뉴저지에 거주하는 한인 유학생 P모 양의 한국 집에 “2만 달러를 즉시 송금하라, 아니면 딸을 살해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3시께 전화를 받은 P씨의 어머니는 즉시 뉴욕의 딸에게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굴렀다. 고심 끝에 뉴욕총영사관에 도움 요청전화를 했고, 뒤늦게 딸과 연락이 닿으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책=뉴욕일원 한인 유학생들을 겨냥한 ‘보이스피싱’ 사례는 이미 2~3년 전부터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뉴욕과 서울 시차를 악용한 수법으로 통상 한국시간 오후 1시, 뉴욕시간으로는 새벽 0시를 전후해 여자 유학생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녀에 대한 신상정보를 사전에 입수, 한국에 협박 전화를 걸어 송금을 요구하는 식으로 범죄가 이뤄진다.
뉴욕총영사관의 박기호 내무관은 “한국의 부모에게 협박 전화로 뉴욕의 자녀를 인질로 잡고 있다며 송금을 요청할 경우 먼저 ‘돈을 마련할 시간을 달라’ 등의 말로 시간을 벌은 뒤 뉴욕에 직접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토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내무관은 또 셀폰을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집주인이나 관리인 등 숙박시설 전화를 반드시 한국의 부모에게 제공할 것과 정확한 학교 주소와 숙박시설 주소도 한국에 미리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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