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일 한빈 공연날, 왼쪽부터 최성우, 한빈, 제이삭 박준식 대표
플러싱에 가면 노던 블러바드 선상에 고풍스러운 타운 홀이 쉽게 눈에 뜨인다. 그곳에서는 수준높은 한국문화 행사를 비롯 클래식, 재즈, 전시 등 각종 문화행사가 늘 열리고 있다. 타운홀의 한국문화행사 지킴이 최성우씨를 만났다.
지난 2007년 플러싱 타운홀(TOWN HALL)에 유일한 한인으로 입사한 최성우(35· Shawn Choi)씨는 한국문화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지난 1~2월 신년 행사로 아시안 프로그램이 붐을 이뤘는데 한인 클래식 콘서트, 클래식 워크샵, 한국 무용 및 타악 공연 등이 계속 이어졌었다.“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풀타임으로 일하지만 연중 프로그램이 60여회 정도 있다 보니 주말에 나올 때도 있다. 그동안 한국국악단체 초청, 워크샵에 렌탈도 하고 다양한 한국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오는 가을에는 현대 인형극(Puppet City)공연과 불경을 옮겨쓴(Sutra) 사경(寫經) 전문가 김경호 초청전이 열린다.”
한인 최성우씨가 타운 홀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한국 문화 전시와 공연을 유치, 멀게만 느껴졌던 타운 홀이 가까이 갈 수 있고 누구에게나 오픈된 문화공연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은 사실이다.타운 홀은 150년 역사를 지닌 건물로 재단장을 거쳐 99년 재개관한 이래 완벽한 조명시설을 갖춘 300석 본당과 1층에 2곳의 갤러리를 갖추고 있다. 현재 1층 복도 갤러리에는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루이 암스트롱이 재즈 투어를 다니면서 직접 만든 ‘루이 콜라지’(Louis collage)’전이 열리고 있다.
“원래 마케팅과 펀드레이징 담당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한인스태프가 한명 뿐이다 보니 한국 공연을 도와주게 되었다. 기획, 마케팅, 펀드레이징이 모두 종합적인 일이다보니 그렇고 또 배우 경험이 있다보니 좋은 공연도 추천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가 하는 일은 한국 공연과 전시 기획부터 한국어 번역, 홍보까지 그야말로 광범위하다.그동안 수많은 한국관련 행사 중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공동기획, 2009~2010년 열린 한국 쇳대박물관 특별전이 있었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전통문양 열쇠와 자물쇠, 빗장 등은 보기드문 전시회로 호평받았다. 특히 한국의 수준 높은 국악그룹 노름마치 공연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예산확보도 쉽게 되었고 가족, 노인 단체를 비롯한 한인 그룹 초청, 초등학교 매스터 클래스 등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니 출연진, 스태프 모두 보람 있고 뜻 깊은 행사였다”현재 타운 홀에는 풀타임 직원 10명, 파트타임 20여명이 일하고 있는데 최근 교육 스태프로 한인 1명이 더 들어왔다. 특히 플러싱 타운홀의 실제적인 주인으로 문화를 좋아하고 지원하는 보드 멤버가 16명 있다. “현재 중국인 멤버는 4명인데 한인밀집지역 타운 홀에 한인보드 멤버가 단 한명도 없어 참여가 절실하다”고 최성우씨는 안타까움을 전한다.
▲만석일 때 가장 신나
문화는 경제의 바람을 많이 탄다. 일단 먹고 살기 힘든데 문화 공연을 보러오지는 않을 것이다. 2008년 미국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뉴욕시가 큰 타격을 받았고 관련 문화기관도 영향을 받았다.
“솔직히 타운홀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경기 불황이 오면서 뉴욕시 지원을 받는 저희 기관도 예산이 많이 줄어들었다. 프로그램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직원 수도 절반으로 줄었다. 직원들이 해야 할 일들이 거의 두 배로 바빠졌다. 2010년부터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당시 가장 힘들었다.” 최성우씨가 가장 신이 나는 것은 관객석이 만석이 될 때다.
“기획자들은 다 마찬가지겠지만 가끔 공연 관객 수가 예상보다 안들어 올 때가 가장 괴로운 것 같다. 공연 뒤 직원들과 미팅을 통해 보완점을 찾아 같은 실수를 안하도록 노력한다”는 그는 “지난 2년간 불황으로 인해 매진이 없었는데 얼마전 매진됐다”고 말한다.그것은 지난 2월 열린 신세대 바이얼리니스트 한빈(Hahn-bin) 콘서트였다. 제이삭(JSAC, 대표 박준식)과 공동기획, 한국일보 특별후원으로 열린 한빈의 기묘한 클래식 연주에 한인 40%, 타민족 60%가 몰렸고 특히 젊은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뉴욕타임스에 난 한빈 기사를 보고 공연을 기획했는데 리셉션에도 스폰서를 받았고 관객 호응도, 관심도, 한국 프로그램의 높은 수준 등 여러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앵콜 공연을 계획 중이다”고 전한다.
▲타운홀 한인문화위원회 결성
77년 서울에서 평범한 가정의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최성우는 중학교때부터 미국 빌보드 차트를 매주 체크 할 정도로 음악에 빠지기 시작, 문화예술인으로써 끼를 보이기 시작했다.압구정 현대 고등학교 시절 방송반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문화 쪽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지니게 되었고 2학년때는 드럼을 배워 밴드활동을 하기도 했다.
한양대학교 생화학과 시절 대학 밴드 동아리에서 드럼을 계속 했고 군에서 제대 후 복학하여 한국의 화제작 ‘난타’에 배우로 들어갔다. 2000~2004년동안 주방장 역할을 신나게 하며 미주 투어 공연도 했다. 2004년 공연기획을 하고 싶어 뉴욕으로 유학, 2007년 뉴욕대 예술경영 석사과정을 마쳤다.
요즘 최씨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플러싱 타운홀 한인문화위원회다. “지난 11월부터 한인 아티스트 25명이 매달 한번씩 모이고 있다. 한국문화 발전을 위한 자율적인 미팅인데 15일 한국문화위윈회(Korean Culture Committee)를 정식발족한다. 한국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마케팅 및 펀드레이징 등 적극적으로 한인 커뮤니티와 한국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하려 한다.” 이는 타운홀 최초로 한인문화위원회가 생기는 것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중국, 히스패닉 문
화위원회도 결성하려 한다.
“앞으로 한인 아티스트, 한인 문화단체, 한국에서 미국 진출을 꾀하는 문화단체들을 위해 펀딩 신청, 마케팅, 프로그램 기획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하려 한다”는 그는 꿈이 크다.“이미 뉴욕시 한인문화단체들을 위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점점 더 영역을 넓히려고 계획 중이다. 많은 문화단체 혹은 예술가들이 미국 내에서 좀더 활발하고 한국 문화 고급화, 세계화를 위해 전문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아직 이 분야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히기도.
사실 문화의 도시 뉴욕에 살면서도 맨하탄 브로드웨이에 나가기 쉽지 않다. 불편한 교통, 시간도 많이 걸리고 좋은 구경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한인밀집 지역인 플러싱 타운홀에 수준높은 한국 공연 및 전시가 자리 잡으며 점점 한인들의 발걸음을 끌어당기고 있다.
“공연이나 전시는 많은 사람들이 봐줘야 한다. 결과가 좋을 때 더 보람 있고 더 재미를 느낀다”는 최성우씨, 높은 문화를 지닌 한민족을 알리는 데 앞장선 그의 두 어깨, 무겁지만 든든해 보인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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