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즐기는 사람에게 고전(古典)이 마음의 고향이듯 2월의 눈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의 고향이리라. 눈앞에 쭉쭉 하늘 높이 뻗어 있는 나목(裸木)들, 그 밑에 길게 옆으로 펼쳐져 있는 잔디, 인가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건너편에 있어서 눈이 내리는 원경(遠景)을 더욱 아름답게 설정해 주고 있다.
눈은 제 각기 모양과 크기를 달리하여 고양이 발걸음처럼 사뿐 사뿐 내리며 하얀 잔디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름 모를 새 두 마리가 날아와 나뭇가지에서 밀담을 나누고 있다.
순간 나는 지난 2주 동안에 일어났던 일로 인해 숨 가쁘게 동분서주(東奔西走)했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고 마음과 몸의 평온을 되찾는다.
이렇듯 부부는 물론이고 사회생활은 분리되어 유아독존(唯我獨尊) 살 수 없다. 사회란 무엇인가 오로지 인간 두뇌만의 추상 작품으로 만들어 낸 개념일 뿐인데 유구한 세월을 우리는 그 속에서 이렇게 저렇게 살아오고 있다. 연(然)이나 우리는 여러 가지 모임 가운데서 아름다운 대화를 통해서는 동질감으로 더더욱 친해질 수 있고, 동기야 어떻든 간에 대인관계의 마찰도 있을 수 있다.
서로의 주장이 다르므로 마찰은 언쟁으로 확대되고 감정이 앞서 정론에서 벗어나 방향이 양극으로 달리다보면 상대방을 고려치 않는 폭언이 본의 아니게 쏟아지고 함께 있는 사람들조차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언쟁으로 인한 적절치 못한 언어, 어휘 사용으로 받는 마음의 상처는 가피(痂皮)가 되어 쉽게 치유되지 않으며 더욱 인격을 모독하는 또는 마음을 슬프게 하는 발설은 그 꼬리가 상당기간 길게 남는다.
연(然)이나 요즘같이 급속도로 변해가는 사회양상이 전문가의 무의식적 구조보다 빠르기 때문에 살아 온 과정이 본인의 주장대로 합리적이었다 하더라도 노(老), 약(若)을 막론하고 고착된 아집을 밀어버리고 시류에 합류하는 것이 편안할 것이다. 인간의 감성은 형태가 없으면서 이렇게 저렇게 얽히어 풀어나가기가 수학의 함수 풀기보다 어렵다.
서로가 바쁜 세상, 만나기 힘들고 한정된 세월 속에서 학술 토론회가 아닌 이상 상대방을 고려해서 어휘를 골라서 사용하는 대화법이야말로 어렵게 얽힌 인간관계의 함수를 풀어나가는 성숙한 인격자의 화법이다.
아름다운 언어의 사용이야말로 낭비된 시간과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고 아름다운 어제를 만드는 것이리라.
임경전
수필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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