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정부의 현대·LG 공장 급습은 한인 커뮤니티에게 분명히 말해준다. 이 정권을 믿고 합리적인 이민 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국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2,800명 이상을 고용하는 일자리를 만들어도, 우리는 여전히 그들에게는 정치적 희생양일 뿐이다. 더이상은 우리가 조용히 참하게 산다고 안전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지난 7월, 연방 판사는 이민 단속 억류 과정에는 ‘합리적 의혹 (reasonable suspicion)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정화된 감이나 불특정한 의심이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실에 기반한 의혹을 말하는 것이다. 영어를 못하거나, 미국인처럼 보이지 않는다든가, 혹은 이민자가 많이 일하는 업종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이제는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어머니가 잡혀가고, 한인이 운영한다는 이유로 가게가 급습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고 저자는 본다.
현 정부는 안보를 내세워 소수민족 공동체를 짓밟고 있다. 공장 건설 지연,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기업은 무너지고, 교회와 학교는 교인들과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실 하에 우리는 우리 자신들에게 물어야 한다. 과연 한국 식당이 일찍 문을 닫는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 지는가? 교인 감소에 의해 예배를 중단한다고 국방의 위협이 사라지는가? 그렇지 않다. 앞으로의 우리의 숙제는 분명하다. 권익과 법률 지원 단체를 돕고, 정치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우리의 세금은 잔혹함이 아니라 안전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말이다.
이민자들은 모두 더 나은 삶을 꿈꾼다. 한 사람에 대한 공격은 곧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이며, 세대를 이어 쌓아온 모든 가족의 성취를 흔드는 일이다.
나의 어머니는 간호사가 되길 꿈꾸셨지만 영어의 장벽에 의해 가로막혔었다. 아버지께서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심히 가게를 운영하셨지만 1992년 LA폭동 속에 가게는 불타 사라졌다. 그동안 할머니께서는 코리아타운 아파트에서 나를 키우셨다. 그 희생덕분에 나는 미 공군 장교가 되고, 버클리 로스쿨을 졸업해, 지금은 2천 명의 한인 학생들을 대표하는 교육위원이 되었다. 그러나 만약 내 가족이 강제추방을 당했다면, 이 아메리칸 드림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인 커뮤니티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어제는 라티노 이웃이 끌려갔고, 오늘은 우리의 차례다. 내일은 또 다른 누군가가 차별당하고 괴롭힘 당할 것이다. 가면을 쓴 낯선 이들이 라티노 이웃들을 끌고 갔을 때 우리는 ‘우리는 괜찮겠지’ 하고 믿었다. 그러나 우리의 이름 또한 곧 하나 둘 불리기 시작했다.
컬럼비아대 대학생 정윤서씨, 전투에서 부상당한 미군 베테랑 박세준씨, 텍사스 A&M 연구원 김태흥씨, 바이올리니스트 신 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다 억류된 유경진 어머님. 그들 모두가 ‘국방의 위협’ 으로 몰려갔다.
다른 소수민족 커뮤니티 그리고 한인커뮤니티의 동포들과 지금 함께하지 않으면, 조지아의 한인들, 캘리포니아의 라티노들, 그리고 그 사이에 수많은 이민자들의 성공 이야기는 침묵 속에서 하나 둘 씩 사라질 것이다. 정치인들은 “우리”와 “그들”이라는 거짓 구도를 앞세워, 공동체를 하나 둘 씩 무너뜨릴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제임스 조(James Cho) 풀러튼 교육위원은 미 공군 중령이자 사회 보장국 OC지부 부 지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조 위원은 2024년 풀러튼 교육위원회에서 첫 한인 위원으로 당선됐다.
※본 칼럼은 제임스 조 교육위원 개인 의견이며 본보의 편집방향과 관계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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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 풀러튼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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