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의 수도 케이프타운에 있는 해변 절벽에 아름답고 아늑한 엠배서더 호텔에 짐을 풀었다. 커튼을 여니 내방이 바위들 위에 앉은 것 같다. 바닷물이 바위를 쳐 높이 솟는 흰 파도를 만들어 또 한 겹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커튼이 그 넓은 바다를 가렸다. 한참동안 파도를 내다보며 거의 한 달 동안 지내온 남쪽 아프리카 나라들을 더듬으며 원주민들과, 그들의 문화와 자연경관을 다시 한 번 그려보았다. 지금 이 대륙 맨 끝에 서있으니 꿈만 같았다. 밤새도록 치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첫밤을 보냈다.
찬란한 아침햇살이 비쳐들며 단잠을 깨웠다. 늦잠에서 일어나 내다보니 넓고 넓은 잔잔한 바닷물만 보였다. 식당에 내려가 아침식사를 하면서 신문을 들었더니 오늘이 일요일 이었다. 갑자기 교회에 가고 싶었다. 카운터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감리교회를 물어 전화번호를 받았다. 방으로 돌아와 전화를 돌렸더니 마침 목사님이 받으셨다. 나를 소개하며 혹시 이 호텔을 지나가는 교인이 있으면 같이 예배에 참석하고 싶다고 했다. 30분도 안되어 어느 여자교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자기를 소개하며 11시 30분까지 오겠다고 했다. 나는 부지런히 준비하고 정문 앞으로 나갔다. 빨간 승용차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준이라고 했다. 12시 예배후 친교실에서 다과를 나누며 교인들은 나에 대해, 또 샌프란시스코와 캘리포니아에 대해 질문도 많았다. 호텔에 돌아오니 벌써 3시가 넘었다. 나는 남은 오후를 어떻게 보낼까 하고 생각중인데 준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별다른 계획이 없으면 4시 30분경 오겠다는 것이다.
꼬불꼬불한 언덕길을 오르니 넓고 평평한 공간이었고 그 뒤로는 시원한 바다가 내려다 보였다. 이곳이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점이라며 일요일 오후면 여기 와서 지는 석양을 보며 간단한 저녁식사를 즐긴다고 했다. 소풍객들은 모두 백인들이었다. 이곳을 휘슬 힐(Whistle Hill)이라고 한다고 했다. 준이 준비한 피크닉 배스킷 속에는 와인, 치즈, 크래커, 포도, 빵조각과 와인 잔 두개로 가득차 있었다. 그는 화이트 와인을 두 잔에 붓고 자기나라에 와준 것을 환영한다며, 앞으로 귀한 친구가 되어주길 바란다면서 건배를 청했다.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아 마실 줄도 모르는 와인을 두 잔이나 마셨다. 거나하게 와인도 했겠다, 귀한 친구도 만났겠다, 마음껏 뽐내는 석양이 그토록 찬란하고 아름답게 보일 수 없었다. 헤어질 때까지 많은 대화를 나누다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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