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는 한인들의 온정이 이어졌다.
백호태권도장(관장 이창훈) 관원과 볼티모어 중앙장로교회(김성철 목사) 교인 20여명은 24일 오후 볼티모어 다운타운 이스트 페이엣 스트릿 700블록의 노숙자 공원에서 의류와 모자, 신발 및 햄 샌드위치, 음료수 등을 나눠줬다.
100여명의 노숙자들은 15박스에 담긴 옷들을 골라 갖고, 제공된 식사를 하며 연신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이 관장은 “10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볼티모어 다운타운에서 노숙자들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나눠주던 관원인 릭 스테판씨를 따라 이너하버에서 함께 음식을 나눠준 이래 매년 이 일을 해오고 있다”며 “처음에는 20명분의 음식을 준비했으나 참여자가 늘어 지금은 태권도장 관원과 가족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출석 교회 교인들까지 합세해 500명분의 음식을 마련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고 전했다. 스테판씨 가족은 5명이 모두 태권도 유단자로 백호태권도장 관원이다.
이 관장은 “5년 전까지는 부활절에도 음식을 나눠줬으나 재원 마련이 어려워 크리스마스에만 하고 있다”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해가 갈수록 노숙자가 늘어나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올해는 이 관장의 부모와 고모 등이 음식을 제공하고, 교회에서 의류를 대거 기부해 풍족하게 나눠줄 수 있었다고 이관장은 덧붙였다.
이 관장은 최근 차기 메릴랜드한인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했으며, 매주 토요일 한미장애인협회 토요학교에서 장애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등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워싱턴 블러바드 700블록에서 ‘토니스 그릴’을 운영하는 김영근(49)씨도 인근 노숙자와 주로 실업자인 주민들에게 무료로 칠면조 요리를 대접했다.
미국에 온지 2년, 가게를 개업한지는 1년 8개월에 불과한 김씨가 이같은 선행을 결심한 계기는 이 업소를 찾은 흑인 목사의 권유 때문.
처치스빌에서 ‘헬핑 핸즈’라는 선교단체를 이끄는 로저 타툼 목사는 3달 전 김씨에게 20달러를 주며 불쌍한 노숙자에게 식사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타툼 목사는 매주 김씨에게 20-30달러를 건네주며 매일 5달러씩 한 명에게 식사를 주라고 했고, 김씨도 매일 이를 지키고 식사를 받은 노숙자의 서명을 받아 목사에게 전달했다. 그러다 추수감사절 1주일 전에는 타툼 목사가 칠면조를 제공할테니 김씨에게 요리와 다른 음식들을 제공해 노숙자들에게 나눠줄 것을 제의, 김씨가 이를 기꺼이 수락해 지난 추수감사절에 음식을 나눠줬다.
김씨는 “미국 생활도 얼마되지 않아 영문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300여명이 몰려 준비한 150명분이 금방 바닥났다”며 “그냥 돌아간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불편해 한 번 더 하기로 마음먹고 성탄절 이브에 다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음식 대접에는 종업원 배주진씨 부부와 지인 김형진씨, 김씨가 마음의 안정을 위해 일주일 전 처음으로 출석한 주님의 교회 이재성 목사 부부도 발 벗고 나서 도왔다.
하지만 김씨가 형편이 넉넉해서 선행에 선뜻 나선 것은 아니다. 김씨의 업소는 불경기로 현상유지에 그칠 뿐 매상이 많은 편이 아니며, 미국생활을 못 견뎌 한국으로 돌아간 부인은 결국 한국에 남겠다고 이혼을 했고, 장성한 아들 둘도 한국에 있어 김씨는 홀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외롭고 힘든 생활이지만 즐거운 마음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손님들을 대하고 일하면서 주민들로부터 “굿맨(good man)”이라는 호칭으로 불리우고, 두 차례의 선행에 어려운 이웃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껴 용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아직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남아있지만 한국에 가면 할 것이 없다”며 “여기서는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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