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뮤지컬 ‘헬스 키친(Hell’s Kitchen)‘은 발랄하고 패기 넘치는 17세 소녀 알리(Ali)의 성장 이야기이다. 미국 R&B 가수이자 작곡가, 피아니스트, 배우인 알리샤 키스(Alicia Keys)의 자전적 이야기에 그래미상을 18개나 수상한 자신의 히트곡을 전면에 내세워 스트릿 뮤지컬을 만들었다.
90년대 뉴욕이 배경이다 보니 출연진은 거리에서 흔히 보는 인물, 옷이나 춤도 뉴욕 거리에서 흔히 보는 것, 음악 역시 듣던 음악인지라 친근하고도 정겨운 무대이다. 이 ‘헬스 키친’은 내년에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막을 올린다고 한다. 이 뮤지컬에서 아주 오래된 단어로, 잊고 지냈던 단어 ‘멘토(Mento)’를 들었다.
헬스 키친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알리는 어머니가 자신을 과보호한다고 생각해 반발하고 자유를 갈망한다. 43번가 아파트 42층에 사는 알리는 1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항상 피아노 소리를 듣게 된다. 피아노 선생 리사는 소녀의 뛰어난 재능을 발견한다.
스승 역할을 하는 사람은 멘토(Mentor), 지도 또는 조언을 받는 사람은 멘티(Mentee)라 한다. 리사는 멘토, 알리는 멘티가 되어 피아노를 배우고 연주하면서 진심을 나누게 된다. 드디어 알리는 리사 덕분에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나가고 가족애도 회복한다.
알리가 인생의 길잡이가 된 리사를 못만났다면 그저 평범하고 안일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인생의 고비 고비마다 현명하고 성실한 조언자 멘토의 중요성은 말할 바 없이 크다.
멘토는 고대 그리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Odyssey)’에 나오는 단어다. 기원전 8~7세기경 트로이 전쟁 10년, 트로이에서 이타카까지 10년, 20년간 집을 떠나있는 동안 오디세우스는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친구에게 부탁한다. 상담자이자 조언자, 스승으로 택한 친구 멘토르(Mentor)의 이름에서 ‘멘토’가 유래했다.
멘토는 지혜롭고 정신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갈 스승, 인생 안내자, 비밀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로 더 높은 수준의 성장과 발전에 이르게 한다.
뉴욕에 살고있는 당신에게 멘토가 있는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롤모델이 있었는가? 긍정적이고 성실하며 믿을 만한 사람,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 이들로부터 느끼고 자극받고 역경을 이겨나간 사람, 즉 잘 자란 멘티는 차후 다른 이의 멘토가 된다.
뉴욕 한인사회의 나이가 점점 들어가고 있다. 1965년 미국 이민법 개정으로 1970년초부터 연 3만 명 정도의 한인들이 이민을 왔다. 초창기에는 델리, 청과상, 세탁소 등의 자영업으로 경제적 기반을 닦았고 의사, 변호사, 문화계 개척자도 있었다. 개정 이민법 이후로 본다면 본격적인 한인 이민 60년을 맞으면서 한인 밀집지역 맨하탄 32가와 플러싱 일대는 초창기의 흔적조차 없는 빌딩가로 변해 버렸다. 한인사회의 토대를 세우고 함께 호흡해 온 올드 타이머들은 제 할 일을 다 마치고 세상을 떠났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본인은 2010년 12월9일부터 2017년 11월2일까지 한국일보 ‘차 한잔의 초대’ 난을 통해 오늘날의 뉴욕 한인사회를 일구었고 멘토가 될만한 인물 180명 정도를 인터뷰했었다. 이들 중 뉴욕한인교회 장철우 목사, 뉴저지 한인천주교회 메이플우드 성당 박창득 몬시뇰, 미국에 태권도를 보급한 조시학, 뉴욕 한인화가 1호 김포 화백, 설봉장학재단 유재두 회장, 이수호 한의사, 김성수 뉴욕한인소기업센터 소장, 최희용 전 경제인협회 회장, 최효섭 목사, 곽상희 시인, 저지시티 윤여태 시의원 등등… 빛나는 업적을 세운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올해에도 많은 분들이 세상과 이별하고 있다. 존경스런 한인 1세의 별세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 뒤를 이을 멘토가 계속 생겨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든다. 점차 이민 1.5세와 2세가 한인사회의 주류가 되고 이들이 서로 멘토와 멘티가 되어야 할 때이다. 그래서 상호 신뢰와 지혜로 조화를 이룬 삶을 살아간다면 한인사회는 더욱 성장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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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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