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자필멸 회자정리(生者必滅 會者定離)라고 했듯이 사바(姿婆)세계 인연은 이러한 것인가 봅니다. 법안 큰 스님의 열반 소식을 듣는 순간 북받쳐 오르는 슬픔의 상념에 잠겨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습니다. 스님께서 평소에 좋아하시던 게송(偈頌) 하나 읊어 드리겠습니다.
“원각산중생일수 개화천지미분전 비청비백역비흑 부재춘풍부재천(圓覺山中生一樹 開化天地未分前 非淸非白亦非黑 不在春風不在天)“법안 큰 스님과 저와의 인연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스님을 모신 것이 인연이 되어 간간이 찾아뵈올 때마다 많은 격려의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스님께서 병이 나기 1년 전 원각사에 들렀을 때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시각인데 스님께서는 법당 앞의 풀을 손수 깎고 계셨습니다. “이게 누구여” “저 법장입니다” “나는 한국 중은 절대 받지 않기로 했네. 그러나 지명이와 법장이는 내가 믿지. 그래 앞으로 어떻게 할텐가? 자네를 믿으니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겠네. 하나는 뉴욕 원각사에 있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주지가 공석인 필라델피아 원각사로 가는 일이네. 결정하게”
“뉴욕은 현재 큰 스님과 혜관 스님이 계시고 많은 스님들이 올 수 있지만 필라 원각사는 외지여서 가는 사람이 쉽지 않을 것이니 제가 그 곳 주지로 가겠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도 조건이 있습니다” “그래 말해 보게” “제가 필라 원각사 주지로 있는 한 절대 간섭을 해서는 안 됩니다” 당시 법안 큰 스님은 “그래 걱정 말고 포교나 열심이 하게”라고 말씀하시고 전혀 간섭을 않으셨습니다. 또 18년 전 여름 찾아뵙고 저의 시집 ‘허공에 서서’에 서문을 당부 드렸더니 묵묵부답 하시기에 저의 시를 몇 편 읊어 드렸더니 “내가 지금부터 부를 터이니 받아쓰게”하신 말씀이 서문입니다. “시는 철학이요, 종교다. 시상에 잠긴다고 하는 것은 우주를 참되고 아름답게 독백해 보는 자기의 최고 예술이다”<이하 생략>
이제 이별의 문턱에 서서 미운 정 고운 정 뒤로 한 채 보내드리고 싶지 않아도 보내 드려야 하는 이 마음 아시겠습니까? 님이여, 가시옵니까. 무광량의 나라로. 님이여, 가시옵니까. 어둠 없는 극락토로. 만남은 이별을, 이별은 만남을 예고합니다. 큰 스님 뜻대로 하옵소서. 큰 스님 다음 회상에 다시 뵈올 것을 기약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필라 화엄사 주지 법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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