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에 묵직한 긴장감이 서리고 있다. 이란의 핵개발 강행과 관련한 미국의 군사제재 가능성에 급속히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가 혼란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미국의 전선확대는 이스라엘과 시리아 레바논 등 중동 전역에서 폭발적인 연쇄반응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세계의 화약고’가 한꺼번에 터진다면 그 파장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인류의 종말을 뜻하는‘아마겟돈’의 시나리오가 나도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미국과 앙숙 이란, 핵활동 중단 계속거부
미국선‘강한 실망’표명, 추가 제재 경고
항모 2척 이란 코앞에 배치‘전운’감돌아
▼이란-미국의 악연
이란과 미국은 오랜 악연을 갖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1953년 쿠데타 공작을 펼쳐 모하메드 모사데그 총리가 이끄는 이란 최초의 민주정부를 축출하고 모하메드 레자 팔레비를 국왕으로 옹립, 왕정체제를 복원했다. 영국의 획책으로 이루어진 CIA의 비밀공작은 모사데그 총리의 국유화 정책을 막아 미국과 영국의 현지‘석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방책이었다.
그러나 부패한 팔레비 왕정은 1979년 성직자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이른바 ‘이슬람 혁명’으로 무너졌고 이란에는 신정체제가 들어섰다. 이어 1979년 11월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령한 이란 대학생들이 미국인 인질들을 444일간 억류하면서 양국관계는 얼어붙었다.
호메이니의‘이슬람 혁명’이 중동전역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미국은 이라크에 접근, 사담 후세인 대통령으로 하여금 시아파 대국인 이란을 견제토록 했다.
수니파인 후세인 대통령은 이라크 인구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가 이란의‘이슬람 혁명’에 동조할 것을 우려, 1980년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이란을 침공했다. 8년간 계속된 전쟁에서 후세인은 독개스를 사용, 수많은 이란인들과 크루드인들 몰사시켰다. 이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회복불능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핵개발 갈등
미국과 이란의 최근 갈등은 이란의 핵에너지 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일찌감치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악의 축’으로 꼽힌 이란이 유엔의 거듭된 요구를 무시하고 “핵발전소 연료용”이라며 우라늄 농축을 계속한 것이 빌미가 됐다.
유엔안보리는 미국의 주도하에 결의안을 채택, 이라크의 우라늄 농축활동 중단 시한을 2월21일로 설정했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2일 유엔안보리와 35개국 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란이 핵활동 중단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IAEA는 보고서에서 이란이 나탄즈 지역의 실험용 원자로에서 우라늄 지상 농축을 강행하고 있으며 지하시설에는 164개의 원심분리기 4개 라인을 설치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그러나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순도 90%의 우라늄 U-235 동위원소에 훨씬 못 미치는 순도 5% 수준의 농축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미국의 반응
미국은 보고서 공개와 함께 이란의 핵활동 중단 거부에‘실망감’을 표명했으며 유엔에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가 마련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경고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그러나 이란이 먼저 농축을 중단한다면 이란과의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표명, 외교적 타결의 길을 열어놓았다.
고든 존드로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우리는 보고서를 검토한 뒤 다른 나라들과 이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적 움직임
걸프만에는 현재 각각 90대의 항공기 탑재가 가능한 핵추진 항공모함인 존 스테니스호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호가 호위함 전단들과 함께 바레인 마나마에 기지를 둔 미 5함대에 합류, 이란의 코앞에서 무력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항공모함 전단은 전투함 20여척, 잠수함 및 미사일 순향함, 구축함 2척씩으로 구성되어 있다. 걸프만에 2척의 항공모함이 배치됐다는 것은 결국 60척의 전함들과 180대의 전투기 및 보조 항공기들이 집결해 있음을 의미한다. 핵항모 1척에 탑승한 승무원만 해도 5,700여명에 달한다. 미국이 걸프해역에 2척의 항공모함을 한꺼번에 배치한 것은 2003년 이라크전 발발 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강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