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드 밴 니스텔루이(왼쪽)와 호나우두가 실점 후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킥오프 휘슬을 기다리고 있다.
‘칸나바로의 굴욕 = 마드리드의 망신’
레크로티보에 안방서 0-3 참패
“이 팀이 레알 마드리드 맞아”
한때 세계축구 최고 호화군단을 자랑하며 ‘지구방위군’으로 불리던 레알 마드리드가 올해 마지막 경기에서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20일 안방인 마드리드의 산타아고 베르나보우에서 벌어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시즌 16차전에서 리그 중위권팀인 레크레티보 후엘바에 0-3 참패를 당한 것. 레알 마드리드가 3년 연속으로 연말 마지막 경기에서 당한 망신이었다.
이날 레알 마드리드의 참패가 얼마나 참담한 것이었는지를 대변해준 것이 올해 FIFA(국제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이자 유럽축구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파비오 칸나바로의 ‘망신’이었다. 이탈리아 대표팀 캡틴이자 ‘빗장수비’의 핵으로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수비수인 칸나바로는 이날 레크레티보의 두 스트라이커 플로랑 시나마-퐁골리와 이케추쿠 우체에게 마치 ‘3류 수비수’ 취급을 당하고 얼굴이 벌개져 고개도 들지 못했다. 시나마-퐁골리는 절묘한 스핀무브로 칸나바로를 필드에 쭉 뻗게 하고 선취골을 뽑아냈고 우체는 엉덩이를 한 번 흔드는 것으로 그를 완벽하게 속이고 두 번째 골을 따냈다. 올해 세계 최고의 선수로 트로피란 트로피는 모조리 독식하고 있는 칸나바로로서는 가능하다면 트로피 뒤에 숨고 싶은 치욕의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날 레알 마드리드의 문제는 칸나바로만이 아니었다. 호나우두와 루드 반 니스텔루이라는 걸출한 투톱에 라울, 호비뉴, 데이빗 베컴, 에메르송, 호베르투 카를로스 등 경기에 나선 초특급 수퍼스타들이 하나같이 맥을 못췄다. 특히 호나우두와 반 니스텔루이는 경기내내 볼 한 번 제대로 만져보지 못해 레크레티보 골키퍼는 하루종일 거의 축구구경만 하다가 경기를 마쳤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파비로 카펠로 감독은 인터뷰장에서 “도저히 설명이 안된다. (필드에서 뛴) 선수들이 누군지도 모르겠다”고 기가 막혀했다. 그는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코치에게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되나? 11명을 몽땅 바꿔야 하는 거야?’라고 물었다”면서 “도무지 열정도, 투지도, 기술도, 노력도, 아무 것도 안보였다. 선수 14명이 몽땅 잘못될 리는 없으니 정신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허술한 수비진 보강을 위해 총 4,600만유로(약 6,000만달러)를 투입, 칸나바로 등 특급 수비수들을 여럿 영입했다. 하지만 레알의 수비라인은 올 시즌 특히 스피드있는 공격수들에게 여전히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무관의 행진이 4년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동우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