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콘서트’를 보고
날이 어두워지자 그들은 모여들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무슨 모의라도 하듯 얼굴엔 숨길 수 없는 장난기를 감추고 두리번거리며 혹여 아는 얼굴 하나라도 만나게되면 금새라도 터져 버릴 것 같은 간질거리는 기쁨을 애써 억누르며 오래 만의 외출을 감행했다. 공연시간이 40여분이나 남았는데도 공연장 입구는 분주했다. 로비가 있는 층계를 오르자 기분 좋은 울림이 아치형의 높은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드디어 막이 열리고 귀에 익숙한 70년대 80년대 음악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풀거리는 솜사탕처럼 달콤한 기억의 창고에서 날줄과 씨줄들이 뒤섞인 채 풀어지고 맺음질 치기를 반복했다.
음악 속에는 신기하게도 온갖 기억들이 가득 차 있다. 그 시절의 햇살과 떠돌던 바람과 해말갛던 사람들의 미소와 피할 수 없었던 시대적 고뇌까지도.
이루지 못한 꿈과 이루어 낸 것들 사이에서 아직도 황망히 고뇌하는 사람들. 더구나 문화적 떠돌이로 이방의 나라에 완전히 동화되지 못한 채 의식의 한 구석에선 여전히 쓸쓸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그들. 분주한 삶의 한가운데 놓여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늘 상대적으로 외로운 사람들. 모국에서는 이방인처럼 분류되면서 이곳에서는 문화의 변방에서 목말라 하는 사람들. 이것이 우리 7080 세대의 자화상이다.
이날 콘서트의 사회자 말처럼 25년 전의 시간으로 훌쩍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그들에게 이제는 ‘문화적 향유’를 돌려주어야 한다. 조금 더 성의 있고, 무례하지 않게.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그들의 행복했던 시간들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콘서트 내내 그들은 굽은 등을 활짝 펼 수 있었고 그래서 우리에게도 당당한 우리시절의 문화가 있었다는 것을 잠시나마 확인하고 어깨를 쫘악 펼 수 있었으리라.
모국어로 노래하는 기쁨, 모국어로 채워지는 즐거움이 잦아 질때 그들의 삶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다. 늘 어딘가 부족하고,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는 것 같은 목마름이 그들의 영혼을 녹슬게 한다.
문화와 예술이 바로 영혼의 마르지 않는 샘물 역할을 충실하게 해 주지 않을까. 그리고 그 일은 바로 한인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그들에 대한 우리 커뮤니티의 멋진 보답이 되리라 생각한다. 보다 더 격조 있고 성의 있는 문화의 장을 기대해 본다.
김정아/랜초 팔로스버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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