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잃은 이북도민들의 외로움을 달래고 한인사회 화합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됐던 ‘실향민의 날’ 행사가 전격 취소돼 큰 아쉬움을 사고 있다.
오는 22일 와싱톤한인교회에서 이 행사를 공동 주최하려고 했던 워싱턴지역한인교회협의회, 워싱턴기독교윤리실천운동, KCNK(북한동포사랑한인교회연대), 열방을섬기는사람들, 흥사단 대표들은 12일 “불가피한 사정으로 부득불 취소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모든 정치성과 이념을 배제하고 민족 동질성 회복이라는 순수한 목적을 지향하며 열릴 예정이던 ‘실향민의 날’ 행사가 전격 무산된 배경에는 단체간의 불협화음도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져 한인사회의 한계가 또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교계 일각에서는 “워싱턴한인교회협이 실향민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반발이 거세 행사를 준비하던 임원들이 곤혹스러웠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워싱턴 교회협은 3.1절 행사를 한인연합회와 공동 주관하면서 들러리 섰다는 적지 않은 비난을 받고 있었고 이명박 시장 환영만찬 주최에 대해서도 너무 정치적이었다는 성토가 있었다는 후문.
한 관계자는 “그런 상황에 이념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행사를 또 주최하려는 교회협 임원들을 많은 한인 목회자들이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얼마 전 동포 언론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 김홍식 한인연합회 수석부회장은 “이 행사가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예민한 부분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우려를 나타내며 공동 주최 명단에서 한인회가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교회협의 박태선 총무는 “많은 목회자들이 우려를 하는 게 사실”이라며 “한국에 출타 중인 신동수 회장이 들어와 결정할 일이지만 다른 주최측이 그렇게 발표했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양국주 ‘열방을 섬기는사람들’ 대표는 “돈도 얼마 들지 않는 좋은 행사를 거의 다 준비해 놓고 취소하려니 가슴 아프지만 단체간 분열만 더 심해질 것 같아 이같이 결정했다”며 “대신 올 가을 이북도민들이 자체적으로 벌이는 위로 행사를 적극 도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명기 이북도민회장도 “주최 단체들이 못하겠다니 섭섭하지만 어떻게 하겠느냐”며 “대신 9월10일 캐더락 공원에서 3개 도민들과 경기도, 강원도 미수복 지구 출신 주민들을 초청해 갖는 실향민 위로 행사를 알차게 치르겠다”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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