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큰형님네는 태평양 연안의 유명한 골프코스 ‘페블비치’에서 가까운 살리나스라는 곳에 살고 계신다. 10여년 전 우리 집 네 식구가 형님네를 방문하였을 때 근처의 유명한 17마일 관광 코스를 돌며 구경하였던 바닷가 바위 위에서 꺼억꺼억 울어대던 물개들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젊은 날에는 시간이 빨리 흘러 얼른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는데 세월이 훌쩍 흘러 이제는 모임 같은 곳에 나가보면 내가 제일 나이가 많은 좌상이 되어 있는 경우도 종종 있어 당혹감이 들기도 한다. 부모님 세대보다는 무척 행복한 시절을 살았음에 틀림없으나 우리들도 격랑 같은 세월을 살아왔다.
80 가까운 연세에 비해 건강하신 편인 형님 내외가 시카고 방문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그나마 건강할 때 이 곳에 모여 사는 형제와 친척들을 만나 보고 가시겠다는 것이었다.
지나간 세월처럼 살아간다면 어쩌면 살아생전 마지막 만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좋은 추억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자는 것이 우리 부부의 생각이었다.
모처럼의 노동절 연휴에 집을 방문한 조카가 하루 휴가를 더 내어 시카고 관광을 시켜드렸다. 시카고 트리뷴지는 시민들의 인터넷 투표에 의해 ‘시카고 7대 명물’(Seven Wonders of Chicago)을 뽑는다. 미리 14개의 후보를 뽑아 놓은 중에는 시어스 타워, 미시간 호숫가, 밀레니엄 팍, 위글리 휠드, 시카고강, 워터 타워 등이 있다.
배를 타고 호수를 돌고 시어스 타워를 올라가면 시카고 관광은 절반을 마친 것과 다름없다. 형님 내외분의 열하루 방문중에서 마지막 며칠은 나이애가라, 워싱턴 DC, 뉴욕관광 일정을 잡았기에 공항 출입만 몇번 더 수고하면 될 것 같다.
길지 않은 만남의 시간 속에 같이 공유하며 살았던 시절들과 헤어져 살았던 세월들의 이야기들로 잠을 설치기도 한 형제들도 있었다.
노래 제목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고향을 그리는 무조건적인 향수 때문이었는지 ‘과꽃’을 사랑하게 되어 한 2년 전부터 모종을 구해 심고 그것도 모자라 한국의 지인에게서 꽃씨를 얻어 파종한 것이 예쁜 분홍꽃들로 피어나 옆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노란 꽃들과 조화를 이루어 청명한 가을 하늘을 곱게 수놓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형제자매로 만난 것은 귀한 인연이다. 인생의 가을 길을 걷고 있는 우리 형제들의 길목에 과꽃같이 고운 꽃잎들을 뿌리고 싶다.
윤효중
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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