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일에 치이고 집에선 아이·아내에게 왕따
가정상담소 매주 10여명 상담 신청
토랜스에서 자영업 하는 최모(48)씨는 언제부터인가 가정이 낯설게 느껴진다.
중고등생 자녀들은 아버지와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속 이야기를 하지 않고 남편의 바깥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인과 벽이 생긴지도 이미 오래다. “아버지보다 컴퓨터 게임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 나와는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최씨는 “그나마 돈이라도 벌어다 주니 집에 설 곳이 있지 은퇴하면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며 한 숨을 내 쉬었다.
LA한인사회 많은 아버지들은 19일로 다가선 아버지날이 별로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가정 상담소에는 매주 10여명의 아버지들이 가정내 외로움을 호소하며 상담을 청할 정도로 이민생활의 고통을 감내하는 아버지들이 적지 않다.
맞벌이 부부 직장인 이모(44)씨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아이들은 이제는 집에 들어와도 품에 안기지 않으며 직장에 다니는 부인은 이씨에게 휴일에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기 일쑤라고 한다.
이씨는 “일에 치이다 보니 매일 늦게 들어가고 아이들과 자주 놀아주지도 못했으니 아이들이 낯설어 하고 부인이 불만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며 “그래도 하루라도 빨리 경제적 안정을 얻고 가족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이 가끔은 서운하다”고 하소연했다.
한인 가정상담소 피터 장 소장은 “일주일 당 10명 이상의 한인아버지가 가정에서부터 외로움을 느낀다고 호소했다”고 밝히고 심한 경우 가정폭력을 일으키거나 혹은 사회적 유혹을 못 잊고 외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소외된 아버지의 사회적 부작용을 우려했다.
장 소장은 문제 해결 위한 아버지와 가족 쌍방간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같은 처지에 있는 아버지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가정으로부터의 소외와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길이라고 지적한다. LA 두란노 아버지 학교는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라는 모토아래 올바른 아버지 상의 정립을 통해 가정 및 사회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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