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다른 동물들과 구분시킨 것은 직립보행이었다.
서서 움직이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생존조건이었지만, 지난 수천년 동안 우리는 농자천하지대본의 농경문화 속에서 살아오면서 서있는 것보다는 앉아 있는 것이 더 편하게 변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앉아 있는 것보다 서있는 것이 더 편하다! 두 다리가 튼튼한 스탠딩족의 등장은 우리 문화의 근본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것은 지난 수천년 동안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문화적 바탕이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은 스탠딩 콘서트가 낯설지 않지만 내 기억으로는 3년 전, 박상민 강산에 이은미 등이 참여해서 주말마다 열린 워커힐 호텔의 심야 콘서트가 최초였다. 의자를 치워버렸을 때 우리들은 얼마나 자유로웠던가.
좁은 의자에 몸을 가두지 않아도 되었고, 음악에 맞춰 마음껏 몸을 흔들며 무대와 하나가 되어 해방감을 느꼈었다. m.net이나 KMTV 같은 음악 전문 케이블 방송에 편성된 스탠딩 콘서트 프로그램은 다른 방송사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이제 길모퉁이에 서서 조그만 유리창 사이로 커피를 주문해 들고 가는, 테이크 아웃 커피 전문점은 대학가와 오피스 빌딩 주변을 파고들고 있다. N세대들의 파티 문화 역시 이러한 스탠딩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한 좌석에 앉아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칵테일 잔을 들고 자유롭게 공간을 이동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회사에서는 서서 회의를 하고 고객과의 상담도 서서 하는 경우가 많다.
스탠딩 문화는, 한 군데 고정되어 있는 것보다는 쉽게 움직여야 하는 필요성에 의해 생성된 것이다. 한 공간에 정착해서 씨 뿌리고 거두는 농경문화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유목문화로의 이동을 뜻하고, 좌식 문화에서 입식 문화로의 변화를 뜻한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기존의 권위주의적 질서를 해체한다.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주의적 정신은 겉치레에 치중했던 과거의 문화를 무너뜨린다. 또한 쉴 새 없이 이동하는 것을 생명으로 하는 스탠딩족의 근저에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되고 있는 정보화사회가 버티고 있다.
TV 리모컨의 경쾌한 속도감으로 순식간에 다른 방송을 볼 수 있는 채널 서핑을 경험했던 세대들은, 이제 마우스 클릭으로 그보다 더 다양한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현실세계의 답답한 벽들은 무너져 내렸다. 눈부신 속도감에 몸을 의지하는 것만이 생존을 가능하게 한다.
속도에서 뒤쳐지면 삶의 흐름에서 뒤쳐지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이미 속도에 대한 강박관념은 오히려 느림의 문화를 파생시키기도 하지만, 그것은 소수의 항변일 뿐 대세는 이미 기울어졌다.
스탠딩 문화는 디지털 정보혁명으로 변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시인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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