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다게르가 1839년 공식 발명한 이래 사진은 세상 모든 것을 담는 도구가 됐다. 총알이 날아가는 찰나같이 사람 눈으로 포착할 수 없는 순간까지 사진에 담을 수 있게 되면서, 사진은 단순한 기록 수단을 넘어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놨다. ‘보여지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라 믿는 ‘시각중심주의(Visualism)’의 확산이 대표적이다. 동시에 이미지의 편집·연출 등으로 진실과 허구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 무엇을 찍고, 보여주는지가 권력이 되는 시대가 열리자 권력자는 사진을 이용했다. 나치 독일 요제프 괴벨스가 대표적이다. 시민들도 사진기를 들고 절대 권력에 맞섰다. 20세기 최고 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는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 등 전장을 누비며 찍은 사진으로 전쟁의 실상을 알렸다. 루이스 하인은 미국 전역을 돌며 아동 노동의 실태를 기록해 산업혁명의 그늘을 폭로했고, 도로이사 랭은 세계대공항 시기 이주민과 빈곤층 삶을 사진에 담는 것으로 구조적 문제를 고발했다.
■ 영상 시대가 열린 이후에도 ‘정지된 힘’을 가진 사진은 여전히 강력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사진을 가장 잘 활용한 정치인이다. 오바마 등장을 알렸던 2008년 대선 캠페인 포스터 ‘희망(Hope)’은 미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이 소장할 정도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백악관의 오랜 격식을 깼다. 전속사진사 피트 수자는 비공식적이고 인간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데 주력했고 “역사와 인간을 동시에 기록”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 최근 이재명 대통령 사진은 더 파격적이다. 대통령실 사진에서 대통령을 찾기 힘든 경우가 많다. 뒷모습만 보이거나, 많은 사람들 속 한 명으로 숨어 있다. 대통령은 ‘아웃포커싱’돼 흐릿하게 보이는 대신 여전히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한 ‘이태원 참사 현장’, 재난안전 점검 회의에 참석한 ‘안전담당 공무원’, 북한 접경지 ‘주민들’, 대통령실 구내식당 ‘여사님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담긴다. ‘V0’가 영부인에서 국민으로 바뀌었다는 선언일까. 새 정부가 지금의 시선을 임기 끝까지 이어간다면 어쩌면 국민의 삶이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르겠다.
<이동현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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