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미국에서 세금 누수가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자 의회는 양대 정당 의원들로 구성된 초당적 기구를 설립했다. 상원 의원 중 재무위원회 위원 5명, 하원 의원 중 세입위원회 위원 5명이 참여하는 ‘합동조세위원회(JCT)’다. 의회는 10명의 위원 중 여당과 야당 의원 비율을 6대 4로 안배했다. 공화·민주당과 상·하원을 아우르며 통합적으로 조세정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위원단을 구성한 것이다. JCT는 의원들이 발의하는 세법안 등이 조세 수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밀하게 추계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세법들의 연혁·효과를 분석해 관련 제도 개선안도 마련하며 재정 파수꾼 역할을 수행했다.
■JCT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상원 재무위원장, 하원 세입위원장이 번갈아 맡아왔다. 현재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모두 여당인 공화당 출신이다. 그런데도 JCT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포퓰리즘 감세정책에 대해 당당히 쓴소리를 내고 있다. JCT는 트럼프 행정부가 개인 소득세율 인하 및 표준 공제 2배 확대, 자녀 세액공제 2배 확대 등 ‘조세 감면 및 일자리법(TCJA)’ 관련 시한을 연장하면 2025~2034 회계연도에 연방 정부 세수를 4조 달러 이상 감소시킬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국 공화당 일부 의원들까지 TCJA 연장안에 반대해 해당 법안은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달 16일 부결됐다가 18일 재표결에서 간신히 가결돼 상임위원회 최종 관문인 규칙위원회로 넘겨졌다.
■미국은 JCT 창설에 그치지 않고 1974년 재정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의회예산국(CBO)도 설립했다. 국가채무 등 재정 운용의 총량 목표를 법제화해 포퓰리즘을 억제하는 ‘재정준칙’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이렇게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뒀는데도 미국은 재정 적자 증가 속도를 줄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채무가 문재인 정부 시절 급격히 늘어 1000조 원을 돌파하더니 올해는 12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같은 의회의 초당적 조세정책 기구를 당장 설립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재정준칙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민병권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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