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6세기 제나라의 손무가 쓴 ‘손자병법’의 모공(謀攻)편에는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백전백승(百戰百勝)도 여기서 유래했다. 손자병법에는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의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구절도 있다. 싸움의 피해를 줄이면서 승리를 꾀해야 한다는 손자병법의 핵심 철학이 담긴 말들이다.
60%의 ‘관세 폭탄’을 공언하며 중국의 부상을 견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후 중국에 우호적 제스처를 쏟아내고 있다.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자신의 취임식에 초대했고 이어 미중 정상회담도 취임 100일 안에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 운영 중지도 유예했다. 홍콩의 한 일간지는 미국이 ‘선우후적(先友後敵·먼저 친구 행세를 한 다음 적이 된다)’ 전략을 구사한다고 평가했다. 싸움을 최소화하며 실리를 추구하라는 손자병법의 기본 전략과 유사하다고 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과거 그의 저서 ‘챔피언처럼 생각하라’에서 손자병법을 매우 유용한 책으로 추천하며 높게 평가했다. 중국에 대해 누그러진 그의 태도 이면에 미국산 제품을 사고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원료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시 주석은 미국 정부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맞춰주는 척하며 시간을 벌어 최대의 이익을 노리는 전략을 취하는 것 같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끼인 우리나라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계엄·탄핵 정국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에 빠져 있지만 경제·안보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나가되 국익의 최대화를 위해 강대국의 전략을 미리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오현환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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